윤병세 장관의 ‘런닝머신’ 외교

입력 2016-09-23 15:12  



(뉴욕=이심기 특파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첫 마디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였다. 22일(현지시간) 뉴욕의 주유엔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윤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후 8일만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양자회담 10여 차례를 비롯, 각종 다자회담과 고위급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도착 첫 날부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국제여론을 이끌어 간다는 차원에서 단합된 입장을 발표했고, 이것이 대북 추가제재를 채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로서 과거보다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으며,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구도가 확실히 정착됐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대북 문제에만 올인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대선 정국에 맞춰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이끌어 나갈 핵심인사를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교체되더라도 한미동맹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장관이 스스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다고 입을 떼니, 윤 장관을 수행한 외교관들도 일주일간 거의 잠을 못잤다고 했다.

이날 아쉬웠던 점은 구체성이었다. 윤 장관의 말한 성과의 대부분은 “인식을 같이 했고…공감을 표시했으며…의미있는 진전을 이뤘으며…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식이었다.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위치에 있는 인물과”, 어떤 합의를 이뤘는지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얘기를 나눴다”는 식이었다. 외교당국자는 “외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민감한 이슈”라며 강조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미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유독 한국만 트집을 잡는데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나오는 표면적인 현상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피해갔다.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제재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강대국일수록 기조연설에서 언급하는 이슈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특정 주제가 포커스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유엔의 대북제재안(2270호)이 결의될 당시 “역대 최강”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날은 “(제재의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윤 장관이 보낸 1주일간의 살인적인 일정을 ‘런닝머신(트레드밀) 외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핵 포기라는 목표를 향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혼자서 런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밤잠없이 일하는 것을 알리는 것보다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비판이다. 윤 장관의 뉴욕 일정에는 중국,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은 없었다.

윤 장관은 대통령과 5년 임기를 같이 하는 첫 외교장관이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남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본인이 강조한 ‘살인적인 일정’에 맞게 그에 걸맞는 성과도 재임기간중 보기를 기대한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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