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2016년 장·차관 워크숍 참석자들과 만찬을 함께 할 때 건배를 하면서 “비행기!”라고 외쳤다. 건배사로 ‘비행기’를 선택한 이유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요즘 부처에서 유행하는 건배사가 ‘비행기’라고 하는데 ‘비전을 갖고 행하면 기적을 이룬다’, 그러니까 그 기적을 이루는 방식을 우리 공직사회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비전만 있고 행동을 안 하면 아무것도 나올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비전을 공유했고, 또 그동안 비전을 어떻게 실천했으며 어떻게 더 노력해나갈 거라는 것을 공유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일이 잘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모두가 같은 배를 탄 한 팀이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공동운명체라는 각오로 일을 한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비행기’라는 건배사 속엔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심기일전하자는 당부도 담겨있다.
정치권의 건배사에는 그 시대 정치 상황이 녹여져 있다. 때문에 시대별, 여야간 건배사 내용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 단결을 강조하며 ‘더불어’와 ‘우리는 하나다’라는 건배사를 자주 사용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대통령 박근혜’의 약자인 ‘대박’ 건배사가 유행했다.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은 초창기 건배사로 ‘태평성대’를 자주 썼다. 정권을 안정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근혜’도 자주 오르내렸다. ‘박수 받고 근심 없애고, 혜택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땐 박근혜 캠프에선 ‘박대위(박근혜 대통령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쳤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선 ‘이대로(이명박을 대통령으로)’를 보편적으로 사용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과 관련한 건배사들이 적지 않았다. “저탄소”라고 선창하면 “녹색성장”으로 받는 게 대표적이다. ‘4대강, 살리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땐 개혁과 혁신과 관련한 건배사들이 많았다. “권위주의”라고 하면 “타파하자”고 답하곤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더불어민주당에선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의미의 ‘사자, 어흥’이 유행했다. 야당에선 호남지역 사투리인 ‘거시기(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먹자)’가 전통적 건배사다. (끝) /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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