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산율이 오래 지속되면서 ‘인구절벽’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십 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부분의 저출산 정책은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비용 부담을 줄여 출산을 장려하고자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직접 비용과 여성의 경력 단절에 따른 기회비용을 포함한다. 따라서 막대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 없이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녀를 가질 때 얻는 행복과 효용도 적지 않다. 따라서 비용과 효용을 저울질하며 자녀를 가질지 망설이는 가정은 지원 규모가 작더라도 저출산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출산장려금’ 제도는 이 같은 취지에서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시·군·구)별로 시행해온 대표적 저출산 대책이다. 보통 출산장려금 지원은 출산에 대해 일시불로 소정의 현금을 지급한다. 지자체별로 지급 규모의 편차가 매우 크다.
필자는 최근 출산장려금 정책이 국내 출산율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2005~2011년 米搔?이용해 지자체 간 출산장려금의 편차가 출산율의 차이를 설명하는지를 분석했다. 역인과성과 다양한 교란요인을 통제한 뒤 출산장려금 지원이 컸던 지자체일수록 출산율이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출산장려금 정책의 영향으로 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아 수는 첫째 아이 3만2038명, 둘째 아이 4041명, 셋째 아이 763명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출생한 총 신생아 수의 각각 2.35%, 0.4%, 0.35%에 해당한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첫째 아이 한 명을 낳기 위해 요구되는 출산장려금은 약 127만원, 둘째 아이는 3500만원, 셋째 아이는 1억7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물론 위 결과가 반드시 출산장려금 때문에 출산 의사가 없던 부모들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산 의사가 있던 부모들이 출산장려금의 영향으로 아이를 계획보다 빨리 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이 많다면 장려금의 실질적인 영향은 작을 것이다. 그러나 생애 출산이 거의 완결됐을 것으로 생각되는 40대 이상 여성에서도 장려금이 출산율을 높이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비춰볼 때 출산장려금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필자의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결과는 다자녀를 갖기 위해 요구되는 장려금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결혼 가정에서 최소 아이 한 명은 낳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출산율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다자녀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 그런데 분석결과와 같이 둘째 아이와 셋째 아이 출산을 위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장려금이 필요하다면 지금 같은 규모의 출산장려금 지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출산장려금 정책을 당장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을 하루아침에 폐지하기보다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출산장려금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석철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이 글에 소개된 연구는 한국경제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코리안이코노믹리뷰》에 게재 예정인 논문 ‘출산장려금과 출산율’(홍석철(서울대), 김영일(서강대), 임재영(고려대), 여미영(고려대) 공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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