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저
[ 홍윤정 기자 ] 세계 무역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역상품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상승률 둔화를 이끌고 있다”며 “세계 무역량 증가세 둔화가 몇몇 선진국에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2008~2012년 수입품 가격이 물가상승에 기여해왔지만 2012년 이후 유가 하락 등으로 그 역할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현상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입품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무역량 증가 속도가 둔화된 탓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5~2007년 세계 무역은 경제 성장률의 두 배 속도로 확대됐으나 최근 4년(2012~2015년) 사이에는 무역량 증가 속도가 오히려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아졌다. IMF는 “이 같은 현상은 과거 50년간 거의 騙駭?일”이라고 평가했다.
IMF는 “보호무역주의와 반(反)세계화의 확산이 세계 무역 증가를 방해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는 2012~2015년 반덤핑, 상계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를 적용받은 상품의 실질 수입증가율이 2003~2007년에 비해 약 7.5%포인트 줄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해법으로는 국제적인 정책공조를 주문했다.
IMF는 또 “경제성장을 촉진할 경우 세계 무역도 동반 증가할 수 있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 내수부양 정책을,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등 성장친화적인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세계무역기구(WTO)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WTO는 올해 세계 무역량 증가율을 1.7%로 전망했다. 지난 4월 2.8%로 예측한 데서 크게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이후 최저치다. WTO는 내년 증가율 전망도 1.8%로 제시했다.
WTO 역시 무역량이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한 데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WTO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2%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등은 철강, 농산물 등 품목에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고 개방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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