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선박 48척 하역·29척 복귀
美 롱비치 등 해외 터미널 지분
선박 등 우량자산 입찰할 듯
현대상선이 인수후보 1순위
스위스·중국 선사도 '눈독'
[ 안대규 기자 ]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사태가 한풀 꺾이면서 한진해운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느냐, 청산시키느냐”는 오는 11월 말 결정된다. 법원은 앞서 신속한 자산매각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방식은 일부 우량자산만 분리해 매각하는 이른바 ‘팬택식 매각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처럼 살아날까
누적적자로 법정관리를 받던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팬택은 한때 파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해 법원이 우량자산과 비(非)우량자산을 분리 매각해 기사회생했다. 그 이전까지 법정관리 기업은 보통 경영권 전체를 매각해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하면 회생하고 실패하면 청산에 들어갔다.
팬택은 2014년 법정관리 신청 당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아 파산이 유력했다. 하 嗤?법원은 ‘제조업 벤처신화 1호’란 상징성 때문에 당장 ‘사형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팬택 자산 가운데 김포공장은 청산시키고 팬택이라는 브랜드와 특허자산, 연구개발(R&D) 인력 등 팔릴 만한 자산을 따로 떼어내 매각했다. 팬택은 지난해 7월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와 광학기기업체 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돼 회생에 성공했다.
법원은 팬택처럼 파산 가능성이 높은 한진해운에도 이런 매각방식을 통해 회생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통매각할 경우 인수할 곳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자산 가운데 현대상선과 시너지가 큰 터미널 지분, 선박 등 우량자산을 분리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법원은 조사위원의 실사 결과가 나오는 11월 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매각 절차를 서두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대란’ 이후 한진해운의 영업권과 기업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우량자산을 떼어내 매각하는 것이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터미널 인수 가치 높아
한진해운은 인수후보 1순위인 현대상선이 인수하기 알맞은 우량자산을 추린 뒤 물적분할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량자산은 한진해운의 터미널과 1만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해운의 미국 서부해안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54%는 가장 핵심 자산이다. 이 지분의 주요 인수후보는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TTI 2대 주주(지분율 46%)이자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의 MSC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 관문에 있는 자산인 만큼 한국 해운업계 차원에서 해외 매각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진해운은 유럽 노선에 있는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 대만의 가오슝 등에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HPC 지분과 국내 광양터미널 지분도 우량자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상선 외에도 다른 해외 인수후보들이 한진해운 우량자산 매각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4위 컨테이너선사인 중국 코스코는 아시아태평양 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한진해운의 TTI 지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한진해운 물류대란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사재 출연(500억원), 대한항공 지원(600억원)으로 하역비를 마련하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박 97척 가운데 48척이 하역을 완료했다. 나머지 가운데 29척은 국내 항만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가압류, 입출항 불가 등으로 정부의 집중관리 대상인 선박은 20척으로 줄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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