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엽 기자 ] 검찰 총수가 올해 들어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 고위급 검사의 비리가 잇달아 터진 데 따른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30일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 부장검사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김 부장검사는 고교 동창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됐다. 김 총장이 현직 검사의 비리로 사과한 것은 지난 7월 ‘넥슨 공짜주식 의혹’이 있는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에서 열린 ‘청렴서약식’에 참석해 “최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부장검사의 비위가 개인의 일탈적 성격이 있는 만큼 총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 총장이 사과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머릿속에 늘 ‘일모도원(日暮途遠:해는 지고 길은 멀다)’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다”는 말로 최근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청렴서약식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대검찰청 등 전국 64개 검찰청에서 동시에 열렸다. 김 총장은 “많은 국민이 검찰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내부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한시대 형주자사 양진이 밤에 은밀하게 사례금을 받게 되자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안다(子知)”며 거절한 ‘사지(四知)’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김영란법 준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마당발’ 식의 불필요한 교류를 자제하고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과는 투명하고 당당하게 교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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