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수사 불가피…"공판 중심주의로 가야"
[ 심은지 기자 ] “검찰 권력의 근원 중 하나는 검찰의 조서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조서 중심주의’ 때문입니다. 경찰이 끝낸 수사라도 검찰이 이중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조서 중심의 재판을 ‘공판 중심’으로 바꾸는 게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판 중심주의는 사전에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기록에 의존하지 말고 공판에서 나온 증언을 중심으로 법관이 판단하라는 취지의 개념이다.
우리나라 법정은 피의자가 경찰에서 자백한 조서는 증거로서의 자격(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검찰 조서는 증거로 채택한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 검찰로 수사를 넘기면 검찰이 또다시 보강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에서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건 일제시대의 잔재”라며 “수백명의 독립투사를 일일이 수사하기 어렵다 보니 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한 법”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중 조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일본은 검사 한 명이 한 달에 20~30건가량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300~400건을 수사한다”며 “경찰의 심문조서 내용을 반복해서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중 수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매년 500억~1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 송부를 위해 경찰이 들인 시간, 검찰이 재조사하는 시간, 피의자가 재조사에 쓰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그 비용이 매년 평균 1000억원가량”이라며 “수사구조 개혁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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