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부산행을 시작으로 밀정, 아수라까지 대박 영화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영화 관련주는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 이후 영화를 포함한 엔터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한데다 영화주가 주로 속해있는 코스닥시장 분위기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약세'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영화주 중 CJ CGV 주가는 19.13% 하락했다. 쇼박스와 제이콘텐트리도 각각 15.74%, 12.02% 떨어졌다. NEW는 6.84% 밀렸다.
통상 영화주 주가는 개봉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이 기간 동안 개봉한 영화들은 여름 휴가와 추석 대목을 맞아 줄줄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부산행'(공유·정유미 주연)은 1100만명을 돌파했고, '터널'(하정우·배두나 주연)과 '밀정'(송강호·공유 주연)은 각각 7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개봉한 '아수라'(정우성·황정민 주연)도 이미 130만명을 동원했다.
영화 흥행에도 불구하고 영화주가 약세를 보인 건 정부가 지난 7월 13일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이후부터다.
사드로 인해 최대 영화 시장인 중국에서 보복 조치가 나올 수 있단 우려에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사드 배치 발표 이튿날인 지난 7월 14일 NEW와 CJ CGV는 하루 만에 2.67%, 2.08% 각각 떨어졌다. 쇼박스(0.79%)와 제이콘텐트리(0.12%)도 약세를 나타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드 관련 이슈가 영화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 악화에 영향을 줬다"며 "아울러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이 부진한 것도 관련 회사들의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영화주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매도가 계속되고 있다.
영화주 가운데 CJ CGV를 제외하면 쇼박스, 제이콘텐트리, NEW는 모두 코스닥시장에 포함돼 있다.
◆ 외국계 배급사 국내 공략 가속
사드 우려와 코스닥시장 위축 외에 외국계 배급사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는 것도 영화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계 배급사들이 국내 작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영화 업체의 기대 수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주요 흥행 영화인 '곡성'(황정민·곽도원 주연)과 '밀정'은 각각 21세기폭스코리아와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투자·배급했다.
2012년 25%에 불과했던 외국계 투자 배급사의 시장점유율(MS)은 올해 누적 41%까지 상승했다.
워너는 올해 개봉 예정인 '싱글라이더'에 이어 내년 'VIP'와 '악질경찰'을 차례로 선보이고 폭스는 임진왜란을 다룬 '대립군' 촬영을 시작하는 등 외국계 배급사들의 국산 영화 진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영화주가 반등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드 우려가 차츰 가라앉고 있고,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관 매도세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화주의 3분기 실적에 대해 기대를 가져볼 만 하다는 분석이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월에는 추석과 중국 춘절 효과 등이 있고, 한국 영화 라인업도 풍부했다"며 "3분기가 영화 시장 성수기인만큼 박스오피스(흥행 수익)도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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