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의 데스크 시각] 택지공급 축소, 시기상조다

입력 2016-10-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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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8·25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의 내용도 없진 않지만 주택 공급을 줄여 중도금 대출 증가세를 늦추는 게 핵심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선 가계부채가 아닌 부동산 대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정부 의도와 달리 움직이고 있다.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 분양시장은 더 달아오르고 있다. 추석 직전 부산에서 분양한 명륜자이아파트는 평균 523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올해 전국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정부의 택지 공급 축소로 요지의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심리가 확산된 영향이다.

실질 주택보급률 83% 그쳐

국토교통부가 택지 공급 축소 방침을 내놓은 배경엔 잇따라 불거진 주택 공급 과잉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다. “올해 분양 물량이 50만가구 이상 분양된 작년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는 정부 관계자 고백에서 이런 의도는 감지된다. 내년부터 2년간 평년보다 50% 이상 많은 73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

瀏냄〉?불구하고 택지 공급 자체를 줄이는 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2년 반 정도 걸리는 아파트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3~5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또다시 집값 급등과 전세난이 재연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주택 공급 감소 영향으로 입주 아파트가 2012년 17만가구, 이듬해 19만가구로 크게 줄어든 뒤 2014년과 지난해 집값·전셋값이 동반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질의 택지 공급을 상당 기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크게 낮은 실질 주택보급률이다. 국토부가 산정하는 공식 주택보급률(외국인 가구 등 제외)은 전국 평균 103.5%(2014년 기준)지만 총 주택 수와 가구 수를 비교한 실질 주택보급률은 83%로 떨어진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현재 국내 가구 수는 1956만가구인 데 반해 주택 수는 1637만채에 불과하다. 319만채가 모자란다. 수도권 실질 주택보급률은 78%, 서울만 떼어 내면 71%로 더 낮아진다.

1인 가구 급증…택지 늘려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주택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일본은 476채, 영국은 434채, 미국은 419채 등인 데 비해 한국은 320채에 머물고 있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택지 부족으로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실질 주택보급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보통 약간의 공급 과잉과 부족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적정 수준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호황과 맞물린 일시적 공급 과잉 때 정부 규제가 치고들어오고 일시 불황으로 인한 공급 부족 땐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요동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뒤 등장하는 정책은 대개 실기(失期·시기를 놓침)하기 때문이다.

택지는 주택산업의 원재료다. 원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을 신축적으로 내놓고 수요자는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게 정상적인 시장 작동이다. 긴 안목의 부동산정책을 기대해본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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