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독일 폭스바겐 상대 주주 피해보상 소송 제기

입력 2016-10-03 18:42  

"배출가스 조작으로 금전적 피해 봤다"

KIC, 독일 법원에 소장 제출
보상액 최대 400억원 달할 듯
정부, 주주자격 해외기업 첫 소송



[ 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3일 오후 4시21분

정부와 한국은행이 주주 자격으로 독일 폭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한국 정부가 해외 기업에 주주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달 17일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은행을 대리해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경영진이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스캔들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제때 알리지 않아 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것이 소송 제기의 요지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세계 280여개 연기금과 함께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KIC도 소송에 동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보유 외환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위탁楮六玲㈋?소송의 원고는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이라며 “법무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KIC가 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KIC는 2005년 창립 이후 증권 관련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 위주로 주식을 운용하다 보니 주주 권리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폭스바겐 사태는 달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처음 배출량 조작 사실을 공표한 작년 9월18일 직후 주가가 반토막 난 데다 세계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외환보유액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독일법은 주주 피해보상 소송의 경우 피해 사실이 공표된 지 1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폭스바겐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되는 9월18일 하루 전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최소 150억원에서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에 따르면 주주 손해배상 피해액 산정은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부풀려진 폭스바겐 주가와 실제 기업 가치 간의 차이를 해당 기간 투자자가 순매수한 주식 수와 곱해서 산출한다.

정부는 피해보상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에 비해 폭스바겐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인근 브라운슈바이크지방법원은 지난달까지 세계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140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규모는 총 82억유로(약 10조원)에 달한다. 독일 법원은 1400여 원고 중 한 원고와만 재판을 한 뒤 결과를 다른 원고에게도 적용하는 모범판례(model case)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국과 달리 독일에는 집단소송제도가 없어서다.

독일법원은 연내 모범 판례를 만들 계획이어서 정부가 받을 피해 보상액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정해질 전망이다.

KIC는 작년 말 현재 918억달러의 외환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362억달러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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