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이들은 ‘진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경험과 태도들을 습득하게 된다. 친구들과 우애를 다지는 방법, 약자를 배려하는 방법 등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스승을 공경하고 함께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필자에게도 특별히 기억이 남는 선생님이 있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에는 혼식 도시락을 싸와야하는 규정이 있어 도시락 검사가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첫 발령으로 오신 담임선생님은 도시락 검사를 통해, 오히려 반 아이들을 굽어 살피던 분이었다. 본인의 점심을 싸오는 대신, 아이들의 도시락을 한 숟가락씩 맛보시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셨다. 특히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의 초라한 도시락을 볼수록, 정말 맛있다며 한 숟가락 더 먹어도 되냐는 말씀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배부르게 해주셨던 분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절 존경하는 선생님과 함께 소통했던 경험이 필자의 성장 과정의 큰 자양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아닌 어른과 대화하는 법, 존중과 감사를 표하는 태도 등을 瓦痢?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교실에는 ‘존중’과 ‘소통’ 대신, ‘권리’와 ‘제도’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교육계 뉴스를 보면,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이라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올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15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가 총 488건에 이르며, 이 수치가 6년째 연평균 12.8%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법대로 하자’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곳이 학교 현장이다. 체벌 행위나 교사 우롱 행위가 일어나면, 서로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에 힘쓰기보다 앞 다투어 교육청과 법원으로 달려간다. 그렇다면 과연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하는 지금의 교육계에서 ‘법’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인격 대 인격으로서의 조우가 필요하다.
물론 교육 현장 회복을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모두 노력해야한다. 교권보호법, 학생 인권 조례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나, 양 측의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 및 분위기 형성도 정부의 중요한 몫이다. ‘제도’와 ‘대화’라는 요소가 선순환 될 때 우리는 온기가 살아 숨쉬는 교실의 모습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개개인을 포함한 사회도 역할이 있다. 학교를 졸업한 기성세대 역시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교사와 학생이 같이 웃는 교실 현장을 되찾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 노력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아름다운 사제 문화의 현장을 취재하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더 나아가, 올해는 선생님과 제자가 서로 감사를 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 마련을 위해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시대, 우리는 ‘스승의 날’이 되어도 예전만 같은 온기를 느끼기가 어렵다. 특히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 선생님에게 소소한 선물 하나 전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아직도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하나’ 고민중이다.
누군가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은 때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꼭 ‘스승의 날’이 아니어도 좋다. 깊어가는 이 가을, 학창 시절을 빛나게 해 준 선생님과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한편,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쓰는 기회를 선사해주는 것은 어떨까.
임신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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