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 대 9 대 0…한국에선 과학과 정치가 너무 가깝다

입력 2016-10-04 17:40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세포 내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오토파지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공로다. 그의 연구는 파킨슨병 등 신경난치 질환을 치료하는 단서를 알아내는 데 기여했다. 일본은 이로써 과학 분야에서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최근 3년 연속 노벨상을 내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엔 단독 수상이다. 일본 내에서는 과학 분야의 저력을 경제에서 꽃피우자는 분위기도 일어나고 있다.

오스미 교수는 효모 단백질의 생성과 노쇠현상, 그리고 노폐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30년 동안 연구한 학자다. 현미경 속에서 펼쳐지는 세포와 생명의 신비를 파고들면서 인류에 필요한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매진해 왔다. 그의 연구는 주위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도쿄대에서도 정교수가 되지 못한 채 51세에 국립연구기관의 연구원 겸 교수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연구하고 연구 속에서 기쁨을 찾는 연구자의 길을 계속 걸었다. 그는 오히려 도쿄대에 계속 있었더라면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본 과학계에는 이런 연구자들이 즐비하다. 중국도 지난해 생리의학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대만과 미국 국적을 포함하면 모두 9명에 이른다. 문화대혁명 이후 과학 지식이 전혀 축적되지 않았다지만 연구에서 즐거움을 찾는 각 분야 과학자들은 부지기수다. 동북아에서 한국만 노벨상이 없다.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가 적은 나라가 아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충분한 산업화 역사도 갖고 있다. 노벨상은 없다. 과학계에선 자산 축적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정부 과제에서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는 연구가 거의 없다며 이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청원하기도 했다. 일리가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만큼 과학과 정치가 가까운 나라를 찾기 힘들다. 과학자들은 정치에 참여하고 정당은 그런 ‘폴리페서’들에게 비례대표 1번을 준다. 연구비를 둘러싼 대학 내 정치도 심각하다. 미국에서 한창 연구하던 학자들도 한국에만 오면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한국 과학계의 영혼은 이렇게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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