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무보직원 2명 가담
[ 김순신 / 오형주 기자 ]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한 TV 수출업체에 대출사기를 당해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이 사건에는 2014년 무역보험을 이용해 사기 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건’에 연루된 전 무보 직원들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는 이 사실을 제보받고도 담보 확보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주도에 본사를 둔 TV 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은 2014년 무보의 단기수출보험(EFF)에 가입한 뒤 이를 보증 삼아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약 2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회사는 수출대금으로 대출을 갚지 않고 미국 현지법인에 빼돌려 파산상태에 빠졌다. 현재 대출 잔액은 1500억원 정도다.
이 회사가 은행 대출 때 주로 보증서로 활용한 EFF는 수출신용장이 필요없는 보험이어서 무보는 대출금을 모두 떼일 처지다. 온코퍼레이션은 중국에서 LCD TV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해 미국에 판매해온 회사다. 2014년 무역의 날에 정부로부터 ‘3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온코퍼레이션 대출사기에는 모뉴엘 사건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정 모 전 무보 영업총괄부장(49)과 황 모 전 부장(51)이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서 최근까지 연 5만5000~7만5000달러(약 6000만~83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온코퍼레이션 내부 제보자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6월 무보에 알렸다. 무보는 온코퍼레이션의 담보를 확보할 조치를 곧바로 취하지 않았다. 무보 관계자는 “온코퍼레이션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검찰도 조사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오형주 기자 soonsin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