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아세안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 "아세안 문화에 한국기술 입히면 세상에 없던 콘텐츠 나온다"

입력 2016-10-05 19:08   수정 2016-10-06 05:12

기조연설서 한국·아세안 협력방안 제시

베트남, 1인당 스마트폰 1.5개
태국은 지상파만 24개 채널
콘텐츠 수요 폭발적으로 늘어

아세안 진출 성공열쇠는 '현지화'
각국의 문화적 자산 활용해야



[ 고재연 기자 ] “6개에 불과하던 태국의 디지털 지상파 채널이 지난해 24개로 늘어났습니다. 많은 채널이 24시간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를 채울 만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태국 방송사와 영화사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위라삭 코우수랏 태국 영화·디지털콘텐츠협회(MPAA) 사무총장은 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2016 한·아세안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우수랏 사무총장에 이어 기조연설을 한 베트남 통신사인 비나폰의 웬쯔엉장 부회장도 “요즘 베트남 통신사의 최대 과제는 이용자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킬러 콘텐츠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수요 급증하는 아세안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의 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웬쯔엉장 부회장에 따르면 베트남의 모바일 기기 보급률은 152%다. 국민 1인당 1.5개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셈.

그는 “베트남에선 청장년층 인구 비율이 높고 젊은 층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20대 근로자의 석 달치 월급을 모아야 아이폰을 살 수 있지만 모든 젊은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기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웬쯔엉장 부회장은 이날 콘퍼런스에 이어 한국에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콘텐츠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적은 것도 아세안 국가의 장점이다.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의 자국 영화 점유율은 20% 정도다. 대부분 스크린 쿼터제를 시행하지 않아 외국 영화를 상영하는 데 제약이 없다. 코우수랏 사무총장은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문도 활짝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지상파 채널이 네 배나 늘어난 태국 방송사엔 해외 콘텐츠 편성 제한이 없다.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만 아니라면 한국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틀어놓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지화로 성공 가능성 높여라

코우수랏 사무총장은 한류 콘矛汰?성공 가능성을 ‘현지화’에서 찾았다. CJ E&M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을 성장 잠재력이 큰 거점국가로 삼고 현지 제작사와 합작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은경 주연의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한·베트남 합작영화 ‘내가 니 할매다’는 베트남 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베트남 전쟁의 역사, 가족의 소중함과 같은 베트남의 전통과 가치를 반영하는 등 현지화에 주력한 결과다. CJ E&M은 지난달 한·베트남 합작 영화 ‘하우스메이드’를 개봉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태국과 합작한 영화 ‘태국판 수상한 그녀’를 개봉한다.

아세안 국가의 문화적 자산에 한국 기술을 결합한 방식의 협업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송만호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컴퓨터그래픽(CG), 가상현실,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해외 협업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며 “홀로그램 공연장, 미디어아트 체험관, 키즈 애니파크 등 테마파크사업에서 양측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G, 홀로그램 등 한국의 디지털 기술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CG 기업들은 매년 약 150만달러의 해외 CG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KT는 서울 동대문 롯데 피트인 9층에 홀로그램 전용관 ‘케이라이브(K-LIVE)’를 세계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송 사무관은 “아세안 국가의 문화재를 홀로그램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헤리티지’ 사업을 통해 관광 콘텐츠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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