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소방·기계설비 등
건설업 못지않은 규모에도 저가수주 등에 목소리 못내
시장 참여 막는 제도 개선…시설공사업 경쟁력 키울 것
정부 정책도 상생에 맞춰 제조업과 동등한 지원 시급
[ 이우상 기자 ] 지난달 12일 전기·통신·소방·기계 등 4개 분야 설비업계를 대표하는 시설공사단체연합회가 출범했다. 중소 시설공사 업체가 공동으로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문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사업과 수주에서 일부 겹치는 부분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있다.
시설공사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추대된 장철호 한국전기공사협회장(사진)은 5일 “각 협회가 정부와 주요 발주기관에 건의하는 내용이 상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무시되는 일이 많았다”며 “중소 시설공사 업계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각 분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저가 수주는 부실공사로 이어져”
장 회장은 “건설공사 수주 규모가 연 120조원에 달하지만 대형 건설사와 주택업체들의 입김에 가려 중소 시설공사 업체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며 “연합회를 꾸려 전기·통신·소방·기계설비업계를 합치니 연 공사 규모가 60조원가량 돼 앞으로는 업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건설업계가 주도권을 잡고 시설공사 단가를 후려치는 것을 막아 저가 경쟁이 아니라 품질에 걸맞은 공사를 할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연합회 구성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지난해 4월 시작됐다. 한국전기공사협회를 주축으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소방시설공사협회가 먼저 힘을 합치기로 합의한 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지지를 끌어냈다. 장 회장은 “건설경기가 정점을 지나면 주택건설 업체들의 주요 관심은 공사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저가 공사로 인한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종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연합회가 힘을 모아 건실한 수주문화를 조성하는 데 애쓰겠다”고 말했다.
“시설공사업은 경제파급 효과 커”
장 회장은 정부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펴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 정책과 지원이 ‘히든챔피언’ 육성 등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되면서 시설공사업계가 소외되고 있어서다. 경제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지만 ‘노가다 산업’이라는 편견 옜?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률인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중소기업판로지원법)이 전기공사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시공은 공사가 아니라 제품으로 간주돼 제조업체로 등록한 135개사만 시공에 참여할 수 있었다.
1만5000여곳에 이르는 중소 공사업체가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1조7000억원 규모 태양광 설비시장에 발도 담그지 못했다.
장 회장은 “제조업에서 성과가 나면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는 반면 시설공사업은 ‘잘해야 본전’일 때가 많다”며 “제조업과 시설공사업 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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