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선 기자 ] 5일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편,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스스로가 ‘엘리엇’ 계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과제였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바로 그 펀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977년 폴 엘리엇 싱어가 만든 헤지펀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로 알려져 있다. 운용하는 자산은 290억달러(약 32조원) 규모다. 대머리 독수리처럼 기업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벌처(vulture)펀드로 불리기도 한다. 2000년대 초 재정위기를 겪고 있던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는데도 채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내놓으라며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자, 6월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갖고 있다”고 공시하며 합병 반대를 선언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 오너가가 삼성전자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 대 0.35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교환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소송전도 불사했다. 법원에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 주주총회 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에 대한 주주총회가 있기까지 양측은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주총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이 적은 삼성의 지배구조는 언제든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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