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대표적인 개헌 반대론자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개헌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의 기류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정 원내대표와 (개헌 논의와 관련해) 사전에 논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개헌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정치권이 개헌논의를 안해줬으면 하는 스탠스 그대로다”고 강조했다. 개헌논의가 자칫 정국의 ‘블랙홀’이 되면서 국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 국장 간담회에서 “지금 개헌논의를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당내 주류나 친박계는 개헌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으로 헌법학자인 친박계 정종섭 의원 정도가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도였다. 반면 여권내 비주류에선 개헌론자들이 하나둘씩 세를 불리고 있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에 이어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개헌론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 잠룡들이 개헌 화두를 던지는 데는 낮은 지지율 등 정치적 이유와 함께 국민적 요구가 커졌다는 명분도 있다. 지난 6월말 한국갤럽의 개헌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에서 필요하다는 쪽(46%)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률(34%)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당내 주류나 친박계가 적극 나서지 않아 여권에서 개헌 이슈는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내 대표적인 개헌반대론자인 정 원내대표가 “정기국회를 잘 마무리하고 얼마든지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박 핵심인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불러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 중심제는 한계가 왔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난(至難)한 의사결정 구조는 없다. 의사결정 구조를 패스트트랙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야권이 요구하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청와대는 개헌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는 내년 1월께 전향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구도마저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될 경우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잘 논의해달라”며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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