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전기요금 폭탄에 짓눌려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는 전기요금,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 등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전기요금 누진제라는 단어를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용어가 이번에 처음 생긴 건 아니다.
필자는 18대 국회 때부터 19대, 20대 국회까지 지속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법안을 얘기해왔지만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하지만 이번 여름 날씨가 많이 덥기는 더웠나보다. 국민도 누진제 완화에 목소리를 내줬고 여야 정치권도 너나 할 것 없이 주택용 누진제 문제 해결에 힘을 합쳤다.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 덕분에 여야 모두 누진제 완화 내용을 담은 정책을 주요 당론으로 발표하고 정부도 이번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필자는 지난 8월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도인 6단계를 3단계로 완화하고,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의 전기요금 차이가 최대 1.4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9월에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해 누진제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주택용 전기요금에 10배가 넘는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하는 곳은 없다. 한국이 유일하다. 국민 부담으로 작용하는 징벌적 전기요금의 정상화는 당연한 것이다. 필자는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하는 것을 뛰어넘어 최종적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77%에 달하는 산업 및 상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14%에 불과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11.7배에 달하는 징벌적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주택용 누진제도를 완화한다고 하면 한국전력의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에만 11조34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약 2조원의 현금배당도 했다. 누진제 완화로 인한 한국전력의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것은 엄살이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 무더운 여름 날씨가 지나가고 지진, 국정감사 파행 등의 다른 사회 이슈로 인해 누진제 문제에 관심이 줄어들었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이 올해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진제 대책이 한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더 나아가 누진제 폐지를 목표로 가야 한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을 확실히 한 뒤에 내년 여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경태 <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yeskt@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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