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 속 만연한 갑질
한경 기자 4인의 생생 체험
[ 강경민/마지혜/이수빈/황정환/신경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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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콜센터, 갑질은 수화기를 타고
성희롱은 일상…154차례 전화 건 스토커
상담사 중 우울증 안걸려 본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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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에 대한 갑질은 악명 높다. 공공기관이고 일반 기업이고 가리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욕설을 퍼붓는 ‘스트레스해소형’부터 공공연한 성희롱, 부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스토커형’까지 가지가지다. 50대 박모씨는 한 보험사 콜센터에 모두 154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폭언과 욕설을 일삼다가 지난달 검거됐다. 그는 보험금 지급이 하루 늦었다는 이유로 “5만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달라”고 요구했다. 상담원이 난색을 보이자 다짜고짜 “싸가지 없는 ×, 모가지를 자른다”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의 폭언은 2011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여간 이뤄졌다. 피해를 본 콜센터 상담원만 13명에 이른다.
편의점, 손님은 王이지만 진상고객은…
담배 사는 고객에 신분증 보여달라니
“아 씨×, 답답한 ××들…” 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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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쉰 아르바이트생은 이런 갑질이 하루에도 수차례 벌어진다고 손을 내저었다. 어제는 한 40대 남성이 컵라면 하나를 산 뒤 아르바이트생에게 “야. 뜨거운 물 좀 따라봐. 뭘 쳐다보느냐. 이 ××야”라고 해 화가 치밀었으나 그냥 직접 온수기에 가 따라줬다고 했다.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와 동전을 꺼내 계산대에 던지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한번도 안맞아 봤으면 마트직원 아냐
계산 안한 男 “날 의심해?” 시비 걸어
“오늘은 조용…종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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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그래도 오늘은 평화로운 편”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갑질은 황당한 환불 요구. 지난달엔 수박을 한 조각만 가지고 와 “맛이 없어 도저히 못 먹겠다”며 수박 한 통 값을 환불해 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억지인 걸 아는데 일단 고함부터 지르는 게 일부 소비자들의 행태다.
대형마트 직원들은 무엇보다 종처럼 하대하는 듯한 태도가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어떤 고객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무조건 하찮게 여긴다”며 “일단 반말부터 하고, 툭하면 태도가 좋지 않다고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점잖은 사람도 민원실만 오면…
30대 女 “내가 얼마나 바쁜데…” 삿대질
“놀고 먹나” 임신한 공무원 멱살·폭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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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내가 결혼했다는 데 무슨 증인 서명이 필요하냐?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증인 서명 받아서 다시 구청에 오라는 거야?”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구청 여직원에게 삿대질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현행법상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선 본인과 배우자의 신분증명서, 인감증명서뿐 아니라 증인란에 성인 두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 여성은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는 구청 여직원에게 다짜고짜 반말하며 화를 내고 있었다. 결국엔 “공무원들이 내가 낸 세금 받아먹고 놀고먹는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민원실을 빠져나갔다.
민원실 공무원들은 “이 정도는 늘 있는 일이라 갑질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경우만 하루에도 수차례”라고 말했다. 올초엔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온 한 60대 여성에게 인적사항을 물어보자 여성 공무원의 멱살을 잡고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여성 공무원은 당시 임신 5개월이었다.
60~70대뿐만 아니라 20~30대 청년들도 민원실만 오면 반말을 하거나 목소리부터 높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글=강경민/마지혜/이수빈/황정환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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