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정쟁을 거듭하고 국회 파행이 밥 먹듯 반복된다
한국호가 선진국행 항로를 벗어나
이대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장탄식이 나오고 있다
한계기업은 늘고 기업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비상벨이 곳곳에서 울린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댈 곳은 역시 대표기업들이다
[ 장창민 기자 ] 한국 경제는 안팎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 우려, 환율 급변, 중국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북한 핵실험 등으로 경제 환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먹여 살린 중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경영 환경은 더 암울하다. 여야는 정쟁을 거듭하며 국회 파행이 밥 먹듯 반복되고 있다. 핵심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 공장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손실이 늘고 있다. ‘불황형 흑자’로 근근이 버텨 온 기업들은 신규 채용마저 줄이며 납작 엎드리기 시작했다. 한국호(號)가 선진국행(行) 항로를 벗어나 이대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장탄식이 나오고 있다.
경기는 계속 지지부진하다.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등 한국의 주력 제품은 매출이 정체되거나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한계 기업은 늘고 정상 기업 가동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비상벨이 곳곳에서 울린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댈 곳은 역시 대표 기업들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갈 대표 기업들은 차별화된 핵심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력을 유지해 안팎의 도전을 이겨내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지능로봇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쓰고 있다. 삼성은 최근 3년간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며 사업을 재편했다. 대신 미래 사업 관련 지분을 사거나 신규 투자를 늘려 미래 생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고급차 시장 공략,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 ‘신(新)글로벌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 G90(국내명 EQ900) 등의 시장 안착에 이어 2020년까지 제품군을 중형 럭셔리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6종으로 늘려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변신’에 초점을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의 협력 확대 등 글로벌 파트너링(제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지도 서비스)을 무료 개방하며 플랫폼 사업에 나서는 한편 서울대와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해외 사업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LG그룹은 신성장 산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중심축은 전기차와 태양광이다. 전기차에서는 구동장치와 배터리, 충전 인프라부터 자동차 내장재, 차량 내 조명 등 폭넓은 분야를 포괄한다.
올해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은 롯데그룹은 지난달 말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돼 한숨 돌렸다. 하루빨리 경영을 정상화해 소비자와 협력사, 임직원들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 수사로 불가피하게 위축된 투자 등 중장기 과제를 적극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자동차강판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강판 판매 비중을 늘려 불황을 극복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GS그룹은 계열사별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KT그룹은 산업 격변기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네트워크 사업의 혁신은 물론 IoT, AI, 빅데이터 등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고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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