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명품 반납 안하고 '꿀꺽'
소속사·제작진 횡포, 성접대 논란도
[ 마지혜 / 민지혜 기자 ] “넌 멘탈이 약하다. 남 앞에서 벗을 수 있어야 하고, 성 로비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한 연예기획사 대표 이모씨(38)는 회사 소속 연습생 A양을 방으로 불러 50여분간 이같이 ‘훈계’했다. 이 대표와 함께 있던 가수 신모씨(27)는 먼저 옷을 벗는 ‘시범’을 보였다. 이씨는 이전에도 연습생을 추행했다는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8월 이 대표를 구속하고 신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연습생이 연예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을(乙)의 설움’을 겪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데뷔하려면 온갖 갑질을 적어도 2년가량 굳건히 견뎌내야 한다. 상당수는 중도 포기하고 만다. 또 다른 상당수는 군말 없이 ‘노예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간신히 데뷔한 뒤에도 ‘갑질’은 멈추지 않는다. 신인 여배우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은 연예계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고인은 연예 銹뭘?대표에게서 연예계 및 재계 인사들에게 성접대할 것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그는 “성 상납 요구를 거부하면 ‘다 된 밥에 재 뿌리려고 하냐’며 다그쳤다”고 적었다.
혹독한 을 생활을 체험한 연예인이 인기를 얻은 뒤에는 ‘갑’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등은 종종 톱스타의 갑질에 당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한 명품 브랜드는 석 달 전 인기를 끌던 모 수목드라마에 간접광고(PPL)를 하기로 하고 주연 여배우 A씨에게 새로 출시한 재킷을 협찬했다. 값비싼 제품으로 촬영 후 반납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콧대 높은 톱클래스 연예인 중에선 명품을 협찬받고 돌려주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며 “자칫 인기 연예인과 척을 졌다가는 브랜드에 대한 악평이라도 퍼질까 걱정돼 따져물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수 겸 공연예술가 조모씨는 2014년 10월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여행은 OO항공 협찬이다. 이왕 해줄 거면 비즈니스석으로 해주지. 하여간 해주고도 욕먹어요. 자리 배정도 안 해서 2층 가운데에 앉았다. OO사는 보고 있나?”라고 적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협찬사나 기획사, 방송 제작진 등에게 횡포를 부리는 일부 연예인은 한때 을로서 겪은 설움을 왜곡된 형태로 표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혜/민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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