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4) 이벤트·감에 의존하는 매매는 금물…"각종 투자 지표·데이터로 무장하라"

입력 2016-10-13 18:44   수정 2016-10-19 11:24

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4) '투자로봇'은 도박을 하지 않는다

수익률 높은 '투자 로봇'
자산배분 통해 위험 최소화
돌발변수 이후 지표흐름 보고 저평가된 영역 쉽게 찾아내



[ 김우섭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24일. 주식시장이 공포에 짓눌리면서 코스피지수가 61.47포인트(3.09%)나 빠졌다. 이 시기에 짭짤한 재미를 본 곳은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 업체들이었다. 대부분 운용사는 영국 국민투표 직전에 유럽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렸다. 브렉시트가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선택은 달랐다. 브렉시트와 관련이 있는 자산은 거의 담지 않았다. 브렉시트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국내 1호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를 출시한 쿼터백자산운용의 조홍래 운용본부장은 “로보어드바이저의 기본은 시장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자산 배분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측’하지 말고 ‘분석’하라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개로 세계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 시스템이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은 물론 원자재, 귀금속, 부동산 등에도 손을 댄다. 여러 지표의 변화 양상을 읽은 뒤 현재 상황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내놓는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는 퀀트(계량분석) 등 인간의 투자 기법을 바탕으로 투자 규칙(알고리즘)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 아니다. 마이너스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고 인간 특유의 순발력과 직관력도 없다. 하지만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물리친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처럼 주어진 여건에서 최적의 선택을 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데이터를 모으고 투자정보를 학습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도 인간 펀드매니저가 진두지휘하는 액티브펀드 못지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주식혼합형)는 설정일(6월20일) 이후 3.52%의 수익률을 올렸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가 올린 수익률(-2.57%)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 투자자도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방식으로 ETF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로봇처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일일이 분석할 수는 없지만, 기본 원칙은 개인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투자 로봇은 ‘명확한 판단 근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들고 나온 1월29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주식에 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로봇은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일본 시장의 평가지표인 엔·달러 환율, 유가, 금 가격,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등에서 매수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효과는 2~3일에 그쳤다. 마이너스 금리 발표 직후 17,750.68까지 오른 닛케이225지수는 한 달 만에 1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투자로봇은 특히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군중심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벤트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그가 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ETF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자산을 쪼개 변동성을 낮춰라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는 오히려 이벤트가 끝났을 때다. 돌발 변수가 사라진 직후의 지표 흐름을 보면서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영역을 찾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업체 파봇의 변인선 대표는 “개인투자자들도 자신만의 ‘데이터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감’이나 ‘이벤트’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로보어드바이저업체 중 상당수는 데이터 부족과 신뢰성 등을 이유로 러시아 브라질 등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또 다른 투자 원칙은 세밀한 자산 배분이다. 성격이 다른 자산을 골고루 사들이는 것만으로도 변동성 대비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는 2013년 1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0.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0.58%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코스피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한국 국고채, 금(金) 등 다섯 가지 자산군에 20%씩 투자한 수익률(ETF 투자 가정)은 같은 기간 11.05%에 달한다. 이익을 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변동성 역시 코스피지수(14.30%)와 삼성전자(30.95%)보다 낮은 9.87%에 불과했다.

투자로봇에 자산을 맡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현 단계에서 인간의 투자 경험과 노하우, 기술적 분석을 결집한 로보어드바이저의 매매기법을 통해 ‘투자의 정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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