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30년] 외국계 A사 "방부제 넣어라"…허영인 회장 듣자마자 "NO"

입력 2016-10-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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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품질 우선 경영철학


[ 강영연 기자 ] 1996년 샤니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A사에 햄버거용 빵을 납품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폭염으로 빵이 상하는 일이 잦았다.

A사는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부제를 넣어달라고 했다. 허영인 SPC 회장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1분도 고민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지.” 거부했다. 완제품을 파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깰 수 없다고 했다. A사와의 계약이 무산돼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방부제 사용을 요구하던 A사의 태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허 회장의 원칙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A사는 샤니 제품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허 회장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한다. 소비자와 가맹점주 등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신뢰가 없으면 사업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 번 약속하면 어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를 지켰다.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도 허 회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폈다. 본사보다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우선 고려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점포를 함부로 같은 지역에 여러 곳 열지 않고, 지역상권을 고려해 신중히 낸다. 전기료, 원자?가격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겨도 가능하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해 인상을 자제했다.

허 회장은 품질도 강조한다. 식품도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기초는 품질이다. 1980년대 초부터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원천기술 연구를 지시한 것도 그런 이유다.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휴면반죽’과 설탕 없이 발효되는 ‘무설탕 식빵’도 이런 연구의 결과였다.

허 회장은 “기업을 영속시키는 것은 품질”이라며 “단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부실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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