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한국 사회와 경제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가장 중대한 변화 중 하나다. 한국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1983년에 이미 대체 출산율(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여성 한 명당 자녀 2.1명) 밑으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내년부터, 총인구는 대략 2030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지금까지 여러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외국인 이주에 대한 적극적 문호 개방 문제다.
한국은 앞으로 어떤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필자가 최근 저술한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문은 국제이민자의 77%를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 5대 선진국의 지난 40여년간 이민자 현황을 파악하고, 이민자 유입이 이들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이 기간에 이들 국가의 유입 이민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놀라운 것은 5개국 모두 전체 유입 이민자 중 대학 졸업자 비율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해 내국인 가운데 대학졸업자 비율을 거의 추격했거나 이미 추월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전에는 전체 이민자 중 24.6%만이 학사졸업자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이 비율이 32.9%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내국인 학사 비율(31.3%)을 앞지르는 것이다. 숙련기술을 지닌 이민자의 유입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논문은 더 나아가 유입 이민자의 증가, 특히 숙련기술을 지닌 고학력 이민자 증가는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됐음을 보여준다. 모형 분석 결과 5개국의 이민자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면 매년 경제 성장률이 약 0.4%포인트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사람에게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력 등의 인적 자본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민 유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시기가 됐다.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단순히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비숙련 유입인구가 많아지면 복지 수혜액이 세금 납부액을 초과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비숙련 노동자의 공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이들 인구의 소득을 낮춰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김지영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