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경련의 정경유착 혐의는 허구다

입력 2016-10-18 17:36  

경제적 자유주의 전파 앞장선 주역
기업 애로사항 각계에 전달한 창구
해체 주장 앞서 정치권이 바뀌어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해체하라는 요구가 날로 드세지고 있다. 그러나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불리는 몇몇 국회의원이 갑질한다고 국회를 해산하라고 요구할 수 없듯이 일부 거슬리는 면이 있다고 해서 해체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할 주요 이유는 이 단체가 정경유착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의 기업환경을 구시대의 잣대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정경유착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이 개발국가 시대이던 때가 있었다. 돈이 귀한 그때는 해외차관이 돈줄이었고, 그 자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정부의 재량이 컸다. 또 정책금융을 누구에게 주느냐, 어떤 사업을 어느 그룹에 맡길 것이냐가 정권의 손에 좌우됐다.

지금도 기업활동에 정부의 태도가 절대적이긴 하다. 그러나 정부기관으로부터 수십,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시시때때로 얻어맞고, 법정관리로 떨어지고, 엄청난 인력이 투鍍?몇달씩 그룹이 샅샅이 조사받는 것이 정경유착의 결과인가. 지금은 오히려 정부가 기업에 통사정을 하는 형편이다. “청년들을 고용하라”, “구조조정을 해라”, “기업이 잘돼야 한다”면서 규제를 풀겠다고 먼저 나선다. 국가의 부(富)는 결국 기업이 창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그동안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북한 현물지원, 천안함 모금, 미소금융 지원 등을 기업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이 돈은 마땅히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비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또 기업들이 과연 자발적이었는지 의심한다. 만약 비자발적인 것이라면 이를 전경련에 강요한 세력은 누구인가. 비는 지붕에서 새는데 지붕은 수리 않고 빗물 받는 양동이만 걷어찬다고 해결될까.

극심한 반(反)기업정서와 포퓰리즘, 성장보다는 분배주의가 만연한 것이 작금의 한국 상황이다. 온갖 규제와 간섭, 괴상한 법률(출자 제한, 의결권 제한, 사외이사선임 제한, 감사선임 제한 등)로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지 못해 안달이 난 거대 권력 앞에 미약한 몸짓으로 항변하던 을(乙) 중의 을이 전경련이다. 전경련은 경제적 자유주의 전파에 앞장서서 한국에 자유민주시장을 토착화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아도 시원치 않다. 중소기업연구원 설립 지원, 중소기업협력센터 운영, 보듬이 어린이집 건립사업, 한미·한일재계회의 주도, 민간경제외교, 학생 및 직장인 경제교육, 청년·중장년 취업지원 등 130여명 남짓한 작은 조직이 이런 일을 한다. 이렇게 작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관이 한국에 전경련 말고 어떤 조직이 있던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각계?전달할 창구는 전경련과 상장회사협의회 외에는 없다. 이름 높은 경제단체들이 무슨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기업활력제고법 제정을 처음 주장한 것도 전경련이다. 이런 기능을 가진 단체를 폐지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결국 기업의 입을 틀어막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맘껏 휘두르겠다는 것과 같다. 회원 중에는 공기업 회원도 있고, 이를 탓하는 사람도 있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의 경제동향을 소개하고 아이디어가 집약되는 토론의 장에는 얼씬도 말고 우물 안 개구리가 돼야 한다는 것인가. 공기업 운영에도 소통과 정보가 중요하다.

전경련은 순수 민간 이익단체다. 회원 외에 누구도 폐지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문제는 정치권이다. 정치권이 바뀌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달로 여기고 손가락이 고우니 미우니 한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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