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바나나맛우유 등 특허 놓고 잇단 법정 싸움
식품업계 "특허소송도 사업"
[ 노정동 기자 ] 식품업계에선 일명 ‘대박상품’을 둘러싼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툭하면 다른 제품을 베낀 ‘미투상품’ 논란이 터져나오는 업계이기도 하다. 어느 곳보다 특허 관련 눈치싸움도 심하다. 유사제품을 만들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하고, 특허가 만료되길 기다렸다가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식품업계의 특허 세계를 들여다봤다.
◆매일유업, 캡슐커피에 도전
매일유업은 계열사가 운영하는 커피매장 ‘폴바셋’을 통해 캡슐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여러 가지 기계 중 네스프레소 머신 전용 캡슐커피를 내놨다. 매일유업은 “소비자들이 네스프레소 머신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캡슐커피 시장의 90%는 네슬레가 장악하고 있다. 고가 제품인 ‘네스프레소’와 보급형인 ‘돌체구스토’ 브랜드다. 매일유업은 이 중 네스프레소용 캡슐커피를 출시했다.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의 특허가 2012년 말 종료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커피머신 디자인 특허가 끝나자마자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쓴 것이다. 돌체구스토는 2010년 국내에 진출해 아직 특허유효 기간이 남았다.
◆껌 빗살무늬도 특허
특허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낮은 단계의 기술을 인정하는 것이 실용신안(보호 기간 10년)이다. 껌 표면에 그려진 빗살무늬가 대표적이다. 이 무늬는 1970년대 롯데제과가 껌을 감싸는 은박지가 껌에 들러붙지 않게 하려고 개발한 것이다.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실용신안으로 등록됐다. 지금은 대부분 껌 업체가 빗살무늬를 쓰고 있다.
실용신안보다 더 독특한 기술력이 들어있으면 일반특허(20년)를 받을 수 있다. 제3자가 보기에 외관상 고유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디자인권(20년)으로 등록하면 된다. 가장 강력한 보호장치는 상표권이다. 갱신만 하면 영구적으로 쓰는 게 가능하다. 항아리 모양의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처음엔 디자인권으로 등록했다가, 2003년 항아리 형상 용기에 대해 ‘입체상표’ 등록을 마치면서 고유 상표권을 인정받았다. 상표권의 일부인 입체상표는 3차원적 입체 자체가 곧 해당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위와 아래가 나오고 중간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코카콜라병 모양도 입체상표로 등록돼 있어 다른 업체는 사용할 수 없다. 조성수 특허청 주무관은 “고유 아이디어와 관련해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미리 출원을 해 보호받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특허소송 비일비재
식품업계에선 “특허소송도 여러 가지 사업 중 하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련 소송이 많다. 가장 유명한 소송은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초코파이 상표소송’이다.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초코파이 모양은 1974년 나온 오리온 초코파이가 시초다. 하지만 오리온이 최초 상표를 ‘초코파이’가 아니라 ‘오리온 초코파이’로 등록한 게 불씨가 됐다. 5년 뒤 롯데제과가 ‘쵸코파이’라는 앞글자만 바꾼 초코맛파이를 내놨다. 오리온은 1997년 롯데제과의 초코맛파이에 대한 상표 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초 ‘오리온 초코파이’로 제품을 등록했기 때문에 ‘초코파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롯데제과는 승소 이후 ‘쵸코파이’를 ‘롯데제과 초코파이’로 바꿨고 오리온은 ‘초코파이 정(情)’으로 변경하면서 차별화했다. 2005년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용기특허와 관련해 해태음료, 남양유업과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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