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대 총장 사임 이끌어낸 '130년만의 교수시위'

입력 2016-10-19 17:07   수정 2016-10-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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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130년 만에 처음으로 이화여대 교수들이 강단이 아닌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교수들까지 움직이자 최경희 총장은 개교 이래 첫 교수 시위를 1시간30분 가량 앞두고 전격 사임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와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이화 교수들의 집회’는 앞서 이날 오후 2시 최 총장이 물러났지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교수들은 준비한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화의 130년 역사를 명예롭게 지키고 이화 전통을 다시 바르게 세우고자 오늘 시위를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에 이어 정유라씨 특혜 의혹까지 받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최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이대 교수들의 이례적 집단행동은 청와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딸인 정씨에 대한 여러 특혜 의혹 때문이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84일째를 맞은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대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교수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앞서 학교 측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7일 교직원 대?설명회를 열어 “(정씨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각종 논란이 정씨 한 사람에 집중된 점을 들어 학교 측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교수 시위를 예고한 대로 진행했고, 끝내 최 총장이 물러나야 했다.

교수들은 또 교내 행진에 앞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최 총장의 사퇴와는 별개로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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