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주사 전환 막는 건 '반재벌 법제화'에 불과하다

입력 2016-10-19 17:33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내 주장들이 미국 ‘주주 행동주의자’들과 비슷하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교조적 주주자본주의와 내용면에서 유사하다고 한다. 봇물처럼 터지는 경제민주화 입법도 방향착오가 심각하다. 사실상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불허하겠다는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자사주가 ‘회삿돈으로 산 주식’으로 일종의 감자이기 때문에 신주배정을 금지하자는 발상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은 양면성을 지닌 복합적인 사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관련 법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입법 동향은 오로지 재벌 소유자의 경영권 확보와 지주회사 전환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법이 발의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정책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리 상법은 ‘소각목적의 자사주 취득’을 원칙으로 하는 유럽식에서 ‘소각 외 취득도 허용’하는 미국식으로 2011년 이미 개정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처분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후 자사주 매입이 급증했고, 이를 통한 지주회사 전환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정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논란거리다. 지주회사 제도는 투명한 소유구조와 경영효율을 제고한다는 OECD 권고에 따라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계열사 간 경영위험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정부도 세제혜택을 주며 전환을 적극 유도했다. 그런데 불과 5년 만의 유턴이다. 이는 지주사 전환을 모색 중인 삼성 SK 등을 옥죄기 위한 처분적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외에도 경제민주화 외피를 쓴 규제 법안들이 많다. 지주사의 상장자회사 주식보유 하한을 20%에서 30%(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하는 법안도 그중 하나다. 통과 시엔 지주사 전환 비용이 급증한다. 자사주 처분때 기존 주주에게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토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유사시 자사주를 활용한 백기사 전략을 불가능하게 하는 새 규제법이다. 반면 중간금융지주회사 등은 감감무소식이다. 중간지주회사법은 산업·금융계열사를 동시에 보유한 기업집단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재벌 특혜’라는 감정적 반대에 발목잡혀 있다.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출자관계를 완전히 해소하고, 채무보증까지 정리해야 해 건전성이 제고되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야권의 집착은 ‘오너 경영은 악’이라는 잘못된 전제가 그 출발점이다. 하지만 전문가 경영이 더 우월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S&P 조사에서 1992~2002년 500대 기업 매출증가율은 가족경영기업이 23.4%로 전문경영기업(10.8%)의 두 배를 웃돌았다. 지배구조는 선택의 문제이지 도덕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건 자유시장과 재산권의 부정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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