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 듣고 있어요' 경청 신호 보낼 때 공감 시작

입력 2016-10-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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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만으로 마음을 얻는다

마이클 니콜스 지음 / 이은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96쪽│1만6000원



[ 고재연 기자 ]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는 작은 소녀 모모가 등장한다. 초라한 행색에 가진 것도 없었지만 모모의 집에는 늘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은 “모모에게 가 보게”라고 말했다. 특별히 영리한 것도 아니었고, 반짝이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 모모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재주가 있었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모에게 얘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됐다. 자신도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상대의 말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능력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대화할 때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집중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서다.

마이클 니콜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석가이자 가족상담사로 35년간 일하며 ‘사람들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인간관계에서 생기?갈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저서 《듣는 것만으로 마음을 얻는다》에서 경청이 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효과적인 듣기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듣는 이가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 “그래, 정말 멋지구나!”라며 인정받은 경험은 건강한 ‘사회적 자아’의 일부가 된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와 같이 거부당한 경험은 ‘부인된 자아’가 된다. 부모가 자녀의 말을 잘 들어주면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자기 욕구, 감정 등을 부정하거나 억압한다.

일부 심리학 서적은 ‘남성은 권력을 추구하고 여성은 관계를 추구한다’는 식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경청 능력이 뛰어나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과장된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남녀 간 차이를 과장하고 미화하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며 “‘남자들은 원래 그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말을 경청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상대에게 경청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은 뒤 그 사람이 말한 내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화자에게 알리는 과정인 ‘반응적 듣기’가 필요하다.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때 더 유용한 대화법이다.

대화할 때 피해야 하는 말도 소개한다. “그러고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는 상대의 말을 자르면서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말이다. “어머, 딱하기도 해라”는 지나친 동정심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요”라는 말은 곧 ‘당신이 속상한 일로 나까지 속상하게 만들지 마’라고 들릴 수 있다.

요청하지 않은 충고는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자신이 조언하는 대로만 하면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이에게 “건설적인 일을 하라” “상대와 맞서 싸우라” 등의 말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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