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하며 완화카드를 아꼈다. 우려와 달리 양적완화를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은 논의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ECB가 시장 불안감을 누그러뜨려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결정을 오는 12월로 미룬만큼 불확실성은 남았다는 분석이다.
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CB는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제로(0)' 수준 기준금리와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길 때 받는 예치금 금리 -0.40%, 월 800억유로(약 90조2400억원) 규모의 자산 매입을 유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테이퍼링 이슈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ECB가 국채 등의 자산매입 규모를 월 100억유로(약 12조3800억원)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시장 우려와 다른 결과다.
드라기 총재는 적어도 내년 3월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현 수준으로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 매입 채권이 부족한 현상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ECB 결정을 테이퍼링 우려 일축, 점진적인 양적완화 연장의 의미로 평가하고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ECB가 테이퍼링 조기 실시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켰다"며 "이에 유럽 증시가 상승하고 유로화가 약세를 띠는 등 긍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해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매입 채권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 다양한 선택권을 논의 중이란 발언은 자산매입 지속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테이퍼링 우려는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오는 12월 전까지 ECB가 양적완화 정책 효과, 유럽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거쳐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드라기 총재가 오는 12월 ECB 통화정책회의 때 무엇을 할지 말하게 될 것이라며 결정을 미룬 점은 불확실성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또 시장 기대와 달리 발언이 필요 시 모든 허용된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점과 정책 지원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연장에 대해 어떠한 힌트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오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계심과 더해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아직은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ECB는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면 내년 일정 시점에 채권 매입을 종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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