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사회보험은 보험 원리 응용해…최저생활 보장하는 사회보장정책

입력 2016-10-21 16:58  

사회 보험비용 지난해 100조 육박…"성장동력 훼손 않게 완급 조절 필요"


◆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사회보험비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국민들이 부담한 사회보험 비용이 약 98조원을 기록, 올해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사회보험 비용 국민부담 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국민들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비용은 97조6523억원으로, 2014년(91조8550억원) 대비 6.3% 증가했다. -110월 9일 연합뉴스

☞ 정부가 모든 국민들이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사회적 안전망은 크게 △사회보험과 △공적 부조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복지 비용처럼 사회보험 비용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보험이란 게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으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자.

사회보험 vs 공적부조

사회보험(social insurance)은 보험의 원리를 응용해 국민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 정책의 하나다.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은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법에 의해 시행해 강제성을 띤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이 자유의사로 가입하는 민영보험과 달리 가입이 의무적이라는 뜻이다. 보험료는 가입한 개인과 개인이 속한 기업, 국가가 분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험료 책정기준도 다르다. 일반적인 보험이라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하지만 사회보험은 위험의 정도보다는 소득에 비례해 분담함을 원칙으로 한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기업·국가가 분담하는 사회보험과 달리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가장 큰 위험은 △은퇴 △질병 △실업 △산업재해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중인 4대 사회보험은 이들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산재보험) 등이 그것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시작돼 1999년 가입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건강보험은 1989년에 시행됐으며, 고용보험은 1995년에 도입됐다. 산재보험은 1964년에 처음 시행돼 적용 대상 사업장이 꾸준히 늘어왔다. 공무원들이 가입해야 하는 공무원연금(공립학?교원 포함, 1960년 도입), 사립학교 교원들이 가입하는 사립학교교원연금(사학연금, 1975년), 군인들이 가입하는 군인연금(1963년) 등도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4대 사회보험에 노인장기요양보험(2008년 도입)을 더해 5대 사회보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제도와는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에는 △소득이 가장 적은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바로 위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조건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노령층에게 주는 기초연금 △장애인에게 주는 장애인연금 △무상 보육 등이 해당한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사회보험 비용

공적부조에는 세금이 활용된다. 공적부조에 투입되는 국민 세금은 갈수록 눈덩이다. 2017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노동 관련 예산이 130조원(2016년 123.4조원)으로 전체 예산(400.7조원)의 32.4%에 달한다. 복지 비용중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보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민들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 비용은 97조6523억원으로, 2014년(91조8550억원)보다 6.3% 증가했다. 건강보험이 44조3298억원에 달한 것을 비롯 △국민연금 35조7980억원 △고용보험 8조5754억원 △산재보험 6조658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 2조8833억원 등의 순이었다.

건강보험료는 월급의 6.12%로, 개인과 사업주(기업)가 각각 3.06%씩 부담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6.55%를 곱한 금액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개인이 월급(소득)의 4.5%, 기업이 4.5%씩 낸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0.65%, 사업주 0.65%이며, 산재보험료는 전액 기업이 부담하는데 보험료율은 업종에 따라 0.7~34%다.

사회보험료는 10년간 매년 8.8%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속도(명목GDP 증가율 5.4%)를 웃돌았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보험 비용 비중은 2005년 4.5%에서 지난해 6.3%로 증가했다. GDP대비 사회보험 비용 비중은 10년새 38.5% 증가해 같은 기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증가율(6.3%)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사회보험도 완급 조절 필요”

이처럼 사회보험 부담이 급증 추세인 것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진료비 지출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병원 등에 지출한 급여비는 지난해 45조원을 넘어섰다. 낙후된 제도운용과 사회보험 적용대상 확대 등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고령화에 따라 사회보험 비용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5년에는 개인과 기업, 국가가 부담해야 할 총 사회보험 비용은 227조64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적정 수준의 사회보험 제도는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보험 부담의 증가는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의 적정 사회보장 수준을 설정하는 등 사회보험 비용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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