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찰 "유족 반대로 철수" vs 백남기 장녀 "경찰 꼼수"

입력 2016-10-23 14:21   수정 2016-10-23 14:50

"경찰 협의 명분 쌓고 부검 강제 진행 꼼수"
경찰 결국 유족 반대에 3시간 만에 철수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 강제집행이 실시된 23일 오후 백 씨의 장녀인 백도라 씨가 "쓸데없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경찰이 (유족과) 협의를 했다는 명분을 쌓고 부검을 강제진행하려는 꼼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백 씨는 경찰이 유족이 부검 영장집행에 반대할 경우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정오 이후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백 씨는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신다는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제가 만나고 싶겠습니까?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 강제 진행하려는 꼼수인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응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경찰이 법집행을 하는 치안기관이니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시는 거나 저희 가족을 직접 만나는 거나 똑같습니다. 그러니 더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경찰측과의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만 진행될 것입을 분명히 밝힙니다. 쓸데없는 시도 당장 중단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시민 여러분, 경찰은 지금 병원 근처에 경찰버스 수십 대를 대기시켜놓고 있습니다. 언제든 강제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지킬 수 있도록, 가시는 길 평안하시도록 힘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10분 쯤 9개 중대 800여명 경찰 병력과 함께 서울대병원에서 부검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3시간 만인 오후 1시 30분 쯤 백남기 씨 장례식장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족들의 반대의사를 존중해 오늘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유족이 직접 경찰에 집행 반대 의사를 공식 전달하면 강제 집행을 오늘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변호사가 아닌 유족이 직접 경찰에 부검 반대 의사를 밝히면 강제 집행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유족이 반대 입장을 경찰에 직접 전달하면 강제집행을 미룰 순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한때 부검 반대 진영과 충돌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아래는 백도라지 씨 발표 전문>

-경찰 측 입장에 대한 백남기 농민 유가족 대표 백도라지 님 입장 전문

종로 경찰서장님이 영장을 가지고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신다는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제가 만나고 싶겠습니까?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 강제 진행하려는 꼼수인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절대 응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경찰이 법집행을 하는 치안기관이니 잘 아시겠지만 저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시는 거나 저희 가족을 직접 만나는 거나 똑같습니다. 그러니 더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경찰측과의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만 진행될 것입을 분명히 밝힙니다. 쓸데없는 시도 당장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시민 여러분, 경찰은 지금 병원 근처에 경찰버스 수십 대를 대기시켜놓고 있습니다. 언제든 강제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지킬 수 있도록, 가시는 길 평안하시도록 힘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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