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사업비 줄어드는 용인시 제안 매력적이네
정찬민 용인시장의 파격제안
옛 경찰대 부지와 리모델링비 제공
전체 도민 위해 예산절감 방안 선택해야
발끈한 염태영 수원시장
용인시 주장은 명분·신뢰 송두리째 저버리는 처사
도민들에게 불신감 조장
[ 강경민/윤상연 기자 ] 경기도청 이전을 놓고 지역 내 대표 ‘밀리언시티(인구 100만명 이상인 도시)’인 수원시와 용인시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내년 6월 수원 광교신도시에 착공할 예정이던 도청사를 용인 옛 경찰대 부지로 옮기자는 용인시의 ‘깜짝 제안’이 나오면서다. 용인시는 부지는 물론 청사로 쓰일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까지 대겠다며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경기도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3300억원가량에 달하는 신청사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기도가 ‘명분(수원)’과 ‘실리(용인)’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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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제안’ 내놓은 정찬민 용인시장
논란이 시작된 시기는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지난 11일 경기도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초 충남 아산으로 옮겨간 경찰대 옛 부지에 경기도청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도청을 광교신도시로 이전하는 계획은 2001년부터 추진됐지만 예산 문제로 늦어져 지난해 7월에서야 확정됐다. 경기도는 당시 광교신도시에 지하 3층~지상 21층 규모의 신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체 사업비는 3300억여원.
정 시장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옛 경찰대 부지에 있는 시설을 리모델링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도청 신축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며 “리모델링 비용이 200억원으로 예상돼 광교로 가는 것보다 훨씬 싸게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기흥구 구성로 일대 옛 경찰대 부지는 8만1000㎡ 규모다.
정 시장은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물론 건물 리모델링비를 용인시가 부담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옛 경찰대 부지의 가치는 최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주변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용인시는 리모델링 비용 200억원 전액을 부담하겠다고도 했다.
정 시장은 “옛 경찰대 부지는 면적이 광교 신청사 건설 예정 부지의 세 배가 넘는다”며 “곳곳에 흩어진 경기도 산하기관이 모두 들어와 행정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 근처에 2021년 GTX(수도권급행열차) 역이 들어서고 제2경부고속도로 용인 지역에 인터체인지(IC) 2개가 신설될 예정이어서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의 접근성도 광교보다 좋아진다고 정 시장은 설명했다.
◆용인시 주장에 발끈한 수원시
용인시의 깜짝 제안에 수원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1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옛 경찰대 부지로 도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과 합리적인 신뢰를 송두리째 저버리는 일”이라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를 뒤집는 건 도의가 아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광교신도시 개발사업 공동 시행자인 경기도, 수원시 및 용인시는 지난해 9월 도청 신청사 건립 등 광교 개발 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하지만 광교신도시로의 도청 이전에 합의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용인시의 주장이다. 정 시장은 “당시엔 LH가 용인시에 옛 경찰대 부지를 무상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기도민 전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염 시장은 “용인시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구차하다”며 “신뢰를 저버리는 행정은 도민들에게 불신감만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부담에…고민 중인 경기도
남경필 경기지사는 용인시의 제안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계삼 경기도 건설본부장은 “광교로 이전할 신청사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용인시의 주장은 검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교 신청사는 2020년 12월 준공 예정으로, 경기도는 130억원을 들여 설계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3300억여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부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이 고민거리다. 광교 신청사는 공공청사 외에 호텔, 면세점, 오피스텔 등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민단체가 청사 부지를 상업시설로 이용하는 방안을 비판하고 있는 점도 경기도엔 부담이다.
도청 이전을 둘러싼 두 밀리언시티 간 충돌이 지역 갈등의 골을 깊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용인시는 지난 8월 인구 100만명을 돌파했다. 수원시 인구는 122만여명에 이른다. 양측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남 지사가 하루빨리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남 지사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용인=강경민/수원=윤상연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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