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완 기자 ]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 위기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기업 현장 등에서는 위기 징후가 팽배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일부 지표가 나빠지긴 했지만 위기론을 들먹일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악화된 지표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은 159곳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71곳이 강등된 이후 최대치다.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재무 정보를 공개한 전체 기업(1352개) 중 413개(30.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6년 전인 2010년보다 130곳 늘었다. 지난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2.2%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80.4%)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계의 경제 상황도 악화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6년 52.7%에서 지난해 90.0%로 치솟았다.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2005년 9월(3.6%)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청년층(만 15~29세) 실업률(9.4%)은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시장 위축은 내수 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 악화로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6년 12.0%에서 올 2분기 0.9%로 떨어졌다.
정부는 ‘위기론’이 과대 포장됐다고 주장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현재 경제 상황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며 “그때처럼 연쇄적으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도 경제 위기론이 섣부르다는 주장의 근거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작년 12월과 지난 8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대외 건전성도 개선됐다. 외환보유액은 1996년 332억달러에서 8755억달러(8월 기준)로 불어났다.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단기외채 문제도 해소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부채 비중은 1996년 211.4%에서 지난 6월 28.9%로 떨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지표만 보고 과거 경제 위기 때와 단순 비교하면 현실을 왜곡하기 쉽다”며 “다만 일본식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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