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미공개정보, 공시전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져"

입력 2016-10-23 19:03   수정 2016-10-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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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질서교란 행위 무더기 적발

검찰에 넘기고도 이례적 추가 조사
업계 2·3차 정보수령자 다수 확인
한미약품 임직원도 상당수 연루



[ 이유정/심은지 기자 ]
검찰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 정보가 공시 전에 유출됐는지 여부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사건을 검찰로 넘긴 뒤에도 계속 조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수의 증권업계 종사자가 한미약품에서 유출된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이른바 ‘시장질서교란’ 행위를 광범위하게 자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장사-증권사-기관투자가로 이어져온 ‘검은 공생관계’를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무더기 행정제재 나올 듯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파기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것과 관련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에 수사를 의뢰한 뒤에도 불공정거래 조사를 추가로 珦隔?있다. 지난 13일 검찰에 넘긴 혐의계좌 이외에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있는 계좌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관들이 2, 3차 정보수령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이 적지 않게 포착돼 ‘시장질서교란행위’로 제재할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뒤 계속 조사를 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며 “2, 3차 정보수령자의 시장질서교란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공개정보 제공자(회사 내부자 등)와 1차 정보수령자를 제외한 2차 이상의 정보수령자는 불공정거래를 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정이 신설되면서 금융당국의 행정제재(과징금)가 가능해졌다. 과징금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1.5배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시장질서교란행위 위반자들이 대거 적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술한 정보 관리에 당국도 충격

한미약품 사태는 내부정보를 유출한 사람들과 이 같은 정보를 제공받아 매매한 혐의자들의 규모에서도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한미약품 임직원들 상당수가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고위직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정보가 돌아다닌 정황을 확보했다”며 “회사의 정보 관리가 충격적일 정도로 부실했다”고 전했다.

남부지검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남자친구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를 넘긴 혐의로 20대 여직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3일 여직원 김모씨(27)와 그의 남자친구 정모씨(27), 정씨의 지인인 증권사 직원 조모씨(28)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는 미공개정보 유출 규모와 2, 3차 정보수령자 규모, 공매도를 통한 부당이득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내 불공정거래 조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심은지 기자 yjlee@hankyung.com

시장질서교란 행위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매매에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의 목적이 없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거래를 말한다. 미공개 정보를 직접 제공하거나 1차적으로 수령해 불공정 거래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2차 이상의 다차 수령자는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행정제재)을 부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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