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고시 출신 비주류' 기술직 "1급 승진해도 갈 곳 뻔해"

입력 2016-10-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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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 제한 철폐됐다지만
산업부 1급 이상 11명 중 기술직 출신은 한 명 뿐



[ 오형주 기자 ] 기술고시 출신은 행정직 위주 공무원사회에서 또 다른 ‘비주류’다. 같은 고시 출신임에도 행정직에 비해 보직·승진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다.

정부에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53년 ‘고등고시 기술과’가 시행되면서부터다. 2003년에는 행정고시와 통합됐다. 올해 5급 공채(행정)에서는 선발예정인원 346명 중 84명(24%)이 기술직이다.

과거 기술직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으로 관련 일선 부서에 주로 배치됐다.

기획·인사·예산 등 이른바 핵심 부서에서 근무할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해조정이나 인력관리 등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직에 대한 대우가 좋다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기술직은 주로 산업·에너지분야에만 배치됐다. 국장 승진 비율도 행정직에 비해 훨씬 낮았다. 한 산업부 관료는 “1990년대 후반엔 좌절을 느낀 많은 기술직 공무원이 대거 사표를 던지고 민간으로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직에 대한 차별은 200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정부의 ‘이공계 살리기 정책’으로 기술직에 대한 각종 인사상 제한규정 등도 철폐됐다.

2012년 산업부에서 기술직 출신으로는 처음 총무과장을 맡았던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기시 26회)은 “이후 장관 비서관 등 핵심 보직에도 기술직이 진출하면서 차별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 임용된 기술직 사무관도 무역·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 고루 배치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산업부 1급 이상 공무원 11명 중 기술직 출신은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유일하다.

한 기술직 사무관은 “산업부에서 기술직 출신이 갈 수 있는 1급 자리가 사실상 표준원장으로 국한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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