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량 규제입법 심사기구 상설화해야

입력 2016-10-24 17:30   수정 2016-10-2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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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국회 이후 크게 는 의원입법
경제효과 분석 없이 규제만 양산
심의 선진화해 경제회복 도와야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경쟁·혁신·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규제개혁 프로그램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행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지연되고,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도 과거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강도 높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규제개혁체감도는 83.6(기준=100)으로 지난해 84.2에 비해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런 낮은 규제개혁체감도에는 의원입법에 의한 신설·강화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 4년간 가결된 2793개 법안을 분석한 결과, 의원입법에 따른 신설·강화 규제조문(1495건)이 폐지·완화 규제조문(567건)의 2.6배였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114일 동안(5월30일~9월21일) 발의된 813개 의원입법 규제법안 중 신설·강화 규제조문(1074건)은 폐지·완화 규제조문(204건)의 5.3배에 달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안한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규제를 강화하거나 신설하는 의원입법안이 많아지면, 기업들의 규제개혁체감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15대 국회 이후 의원발의법안과 가결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여론 환기와 사회적 의제설정을 주도하는 순기능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발의 및 심의과정에서 체계적인 검토와 경제적 효과분석이 미흡해 국가경제에 부담이 되고 국민활동에 불편을 주는 법안이 양산될 소지가 있다.

우선, 과다한 의원입법안의 제출은 중요법안에 심도 있는 논의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19대 국회는 14대 국회에 비해 의원발의 법안건수는 52배, 가결법안건수는 20배가량 급증했는데, 국회의원 1인당 법안심의건수의 부담이 그만큼 가중됐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개원 초기에 하루 평균 20개 법안이 발의돼 19대 개원 초기보다 의원발의는 약 30%가량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의원발의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검토가 미흡한 채, 정부예산심의와 연계되거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쟁점법안과 ‘빅딜’될 경우 부실·과잉입법의 소지가 높아져 경제회복과 기업경쟁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의원입법으로 과도한 기업경영 간섭법안, 인기영합적 법안 등이 많아지면 국가적인 낭비요인이 된다. 예컨대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회사의 환경 및 인권문제, 부패 근절 계획과 노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정보 기재 의무, 대응宛?공시 의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사례에 해당한다. 또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외부사외이사 등이 개별회사의 임원보수를 산정하고 공개하는 상법 개정안은 단지 직원이나 사회적 인식과 비난에 기초해 보수가 많은 것을 규제하는 것으로 기업경영이나 프라이버시의 부당한 간섭행위라고 할 수 있다.

20대 국회는 의원입법의 양적 증가보다 품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특히 신설·강화 규제 관련 의원입법의 급증은 경제활성화와 기업경쟁력 강화에 찬물을 끼얹을 소지가 크고, 부실입법·졸속심의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에서 의원입법의 발의 및 심의과정을 선진화해 불량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검증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국가경제 회복에 국회도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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