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7체제' 한계 절감…'2017체제' 비전 제시
(2) 우병우·최순실 의혹 정국 돌파구 마련
(3) 레임덕 없이 막판까지 주도권 장악 의지
[ 장진모 기자 ]
![](http://img.hankyung.com/photo/201610/2016102403401_AA.12726999.1.jpg)
![](http://img.hankyung.com/photo/201610/2016102403401_AA.12728010.1.jpg)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카드를 꺼낸 게 아니라고 했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며 “(참모들 사이에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결심 시기에 대해 “최종적인 보고서를 추석 연휴 전에 드렸고, 연휴 마지막 무렵에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첫해부터 “개헌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지금은 민생을 챙기는 게 먼저”라고 논의를 차단했다. 그 이후에도 서너 차례 공개 석상에서 ‘시기상조’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해 왔다. 박 대통령도 이날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 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뤄 왔고,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해 왔다”고 설명했다.
◆“단임제 구조적 한계”
박 대통령이 ‘개헌 블랙홀’을 앞세우다 전격 선회한 데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우선 정치권이 5년 단위의 ‘대선 시계’에 맞춰 이전투구의 정쟁을 반복하는 대통령 단임제의 구조적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직접적인 배경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및 최순실 씨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여권 내 우려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30% 선이 무너지고 역대 최저치인 26%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카드는 박 대통령의 말 그대로 모든 걸 한순간에 덮을 수 있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우 수석 및 최씨 의혹까지 덮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까지 개헌정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레임덕 극복…정국 주도권 유지
야권은 “측근 비리 돌파를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김 수석은 “현안이 있다고 해도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일을 미룰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개헌을 제안한다고 검찰 수사가 달라질 수 없으며 그런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를 던짐으로써 임기 말까지 정국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며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박 대통령이 직접 정치권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김 수석이 전했다. 하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은 “대통령은 이번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