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독점당국 승인이 관건…심사 전부터 정치권서 반발
[ 박종서 기자 ] 미국 2위 통신업체 AT&T가 3위 미디어회사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44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망을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미디어 콘텐츠를 사들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 이상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와이어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초대형 인터넷 사업자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신망 사업에까지 뛰어들면서 AT&T를 위협해왔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미국에서 광섬유 케이블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왔다. 풍선과 드론(무인항공기) 등을 이용해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중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초고속 해저케이블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또한 유럽에서 통신사업을 벌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인터넷회사의 통신업 진출은 AT&T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콘텐츠에서 통신플랫폼으로 사업 동だ?확대하고 나오니 플랫폼 사업자인 AT&T는 역으로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됐다는 게 와이어드의 설명이다.
와이어드는 “통신회사는 콘텐츠 사업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러왔지만 인터넷 기업이 지금처럼 외연을 넓히기 전 통용되던 전략이었다”며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튜브, 훌루 등에 빼앗기는 가입자를 되찾겠다는 것보다 큰 개념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관건은 미국 반독점 당국의 허가 여부다. AT&T는 타임워너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국으로 따지면 2위 통신업체 KT가 뉴스채널 YTN은 물론 케이블방송 tvN 등을 보유한 종합미디어회사 CJE&M까지 손에 넣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독점 관련 조사는 최소 1년 이상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는 AT&T만큼이나 계약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JP모간체이스의 250억달러를 포함해 미국 금융권이 AT&T의 타임워너 인수와 관련해 빌려주는 돈만 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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