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2016 기업 리모델링] 공중분해 위기 극복하고 재기 나서는 LIG그룹

입력 2016-10-25 17:52  

이 기사는 09월30일(05: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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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그룹이 공중분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방산사업을 발판 삼아 과거의 번영을 재연하려는 모습이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을 주도한 혐의로 복역하고 있는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이 다음달 출소하면서 LIG그룹의 재건을 주도할 전망이다. 다른 LIG그룹 오너일가는 각기 자신의 사업기반을 발판으로 독자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LIG그룹, 건설사업으로 공중분해
LG가(家) 창업 1세대인 고 구철회 LIG그룹 명예회장 자녀(4남4녀)들은 1999년 새출발을 시작했다. LG그룹에서 독립해 LIG그룹을 세웠다. LG화재(현 KB손해보험)가 그룹의 초석이 됐다. LG그룹 방산사업도 2004년에 넘겨받아 LIG넥스원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사세를 불려가던 LIG그룹은 건설업에 손대면서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2000년 중반 품에 안은 건설업체 건영·한보건설(현 LIG건설)은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건설업의 부실은 그룹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법정관리 신청을 앞둔 LIG건설은 CP을 발행하면서 적잖은 피해자를 양산했고 사회적 파장도 불러왔다. 구본상 전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형제는 이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 부회장은 다음달 29일, 구 부사장은 내년 2월10일 출소한다. 구 부회장, 구 부사장 형제가 LIG를 바탕으로 그룹을 복원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IG 주식 사들인 구본상 형제
구본상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구본엽 부사장은 지난해 다른 LIG그룹 오너일가 등으로부터 ㈜LIG 주식을 각각 1722만2242주(지분율 35.3%), 741만3559주(지분율 15.2%) 매입했다. 이에 따라 구본상 부회장 지분율은 20.9%에서 56.2%, 구본엽 부사장 지분율은 21%에서 36.2%로 늘었다. 두 사람의 지분 매입가격은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LIG는 LIG그룹의 지주사로 LIG넥스원과 시설관리회사 휴세코, 소프트웨어업체 LIG시스템 등을 자회사로 뒀다.

구 부회장은 LIG를 통해 방위사업은 물론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LIG넥스원이 두산DST(현 한화디펜스)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사업전개를 뒷받침할 재무여력도 탄탄하다. 그룹 지주사인 LIG는 지난해말 이익잉여금이 838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LIG넥스원 보유 지분 46.36%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LIG주식 200만주를 맡기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조달한 자금은 108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흩어진 LIG 오너일가
구철회 명예회장의 4남은 모두 LIG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장남인 구자원 명예회장과 둘째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 셋째는 구자훈 전 LIG손해보험 회장 넷째는 구자준 전 LIG손보 회장 등이다. 구자성 사장의 장남인 구본욱 LK그룹 대표(LIG 지분 8%)와 구자훈 회장(11.6%), 구자준 회장(6.8%) 등은 보유한 LIG 주식을 지난해 구본상 부회장 등에게 처분하고 각자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구본욱 대표는 2014년 10월 구본상 부회장 형제 등으로부터 LK자산운용 주식을 사들이며 보유 지분을 7%에서 93%까지 늘렸다. LK자산운용으로 독립한 그는 롱쇼트헤지펀드인 ‘LK세븐 1호’를 지난해 결성했다. 올 초에는 현대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자본시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자준 회장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인베니아(옛 LIG인베니아)로 입지를 다졌다. 구 회장은 2013년 구본엽 부사장 등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며 인베니아 최대주주(보유 지분율 20.07%)로 올라섰다. LG디스플레이(지분율 12.93%) LG전자(5.82%) 등 LG그룹 계열사도 인베니아 주주다. 인베니아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LG그룹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안정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의 52%인 261억원을 LG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구자훈 전 회장도 여러 사업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4년부터 LIG손해보험에 근무하며 한평생 보험사업에만 몰두했다. LIG손해보험 뉴욕·런던사무소장을 지낸 그는 인수·합병(M&A) 매물을 찾고 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LIG그룹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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