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관련 국내 규제 국제기준 맞게 정비 필요
한국 노동시장 경직돼…금융업 생산성 더 높여야
[ 김일규/강경민 기자 ]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선 금융 부문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마뉘엘 피칠리스 맥킨지 금융부문 선임자문역은 25일 ‘서울 금융중심지,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서울시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2016 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을 아시아 대표 금융센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시의 이런 노력이 여의도를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게 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피칠리스 자문역은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알리안츠 등 미국 및 유럽계 금융회사가 최근 잇따라 한국에서 짐을 싼 것과 관련,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금융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선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 업무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이 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회사가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윌리엄 맥 노던트러스트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한국의 높은 정보기술(IT) 수준이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를 통해 차별화하면 싱가포르, 홍콩보다 매력적인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릭 힐만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초석으로서 금융 부문의 유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 대표는 서울이 호주 시드니 등 새롭게 떠오르는 금융중심지와의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도시와의 경쟁도 필요하지만 제로섬 게임을 벌이기보다 협력을 통해 글로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석정 CVC캐피털파트너스 한국대표는 서울을 아시아의 자산운용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자산운용 관련 국내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비하고 투자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저금리, 저성장에 따른 금융업의 구조적인 변환기는 서울이 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라고 말했다.
김일규/강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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