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정책동력 약화 우려…코스닥, 8개월 만에 630선 밀려
지배구조 개편 불안 커진 삼성·현대차그룹주 일제히 하락
반등세 타던 건설주도 '날벼락'
[ 김동욱 / 고은이 기자 ]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주식시장도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을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경제정책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2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창조경제’의 상징 격인 코스닥지수도 맥을 못 추고 있다.
기관 5거래일 연속 매수도 무위
26일 코스피지수는 23.28포인트(1.14%) 하락한 2013.89에 마감했다. 장중 2002.29까지 밀리며 지수 2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올 하반기 들어 코스피지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이 거세지거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건 같은 돌발 악재가 없는 한 꾸준히 지수 2000선을 유지해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829억원에 불과했고 기관이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는 등 자금 수급상 큰 문제가 없었고 뚜렷한 대외악재도 찾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최근 증폭되기 시작한 정치 불안이 주식시장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증시가 상승했고 중국 증시가 소폭 하락한 데 비해 한국만 특별히 주가가 많이 빠졌다”며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 낙폭이 컸던 것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다수 포진해 있는 삼성그룹주였다. 삼성전자가 1.88% 떨어진 것을 비롯해 삼성물산(-1.78%) 삼성생명(-3.14%) 삼성화재(-2.55%) 삼성SDS(-1.20%) 등 지배구조 개편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줄줄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박근혜 정부의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 지수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야당이 발의한 세칭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힘을 받는 경우도 지배구조 개편에는 악재다. 같은 이유에서 현대모비스(-2.81%)와 현대글로비스(-1.38%) 등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도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반등세가 뚜렷하던 건설주도 ‘날벼락’을 맞았다. 현대건설(-4.84%) GS건설(-4.96%) 대림산업(-4.14%) 등이 줄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건설주 상승을 주도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건설주 낙폭이 커졌다”며 “불안한 정치상황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상징 코스닥도 ‘시들시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던 코스닥시장은 8개월 만에 630선으로 밀렸다. 중소·벤처기업 지원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불안이 커진 탓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4.66포인트(0.73%) 하락한 635.51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한 올 2월 이후 최저치로 브렉시트 사태(6월27일 648.12) 때보다도 부진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것은 9개에 불과했다. 휴젤(-13.67%)과 케어젠(-3.05%) 등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를 비롯해 정보기술(IT)의 카카오(-1.70%), 중국 관련주인 파라다이스(-1.13%)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종목들이 모두 부진했다.
김동욱/고은이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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