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어느 날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 불행이 반드시 나를 피해가라는 보장은 없다.
한때 잘나가는 미국 방송기자였던 메릴 코머가 1996년 남편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으로 일을 그만둔 뒤 20여년간 간병한 경험을 엮어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남편을 간병하며 느낀 무력감, 좌절감, 분노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부담에 맞서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마주하는 게 이 병을 극복해나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사랑하는 치매 환자와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떠나보낸 가족들이 느끼는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이라고 말한다.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MID, 332쪽, 1만5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