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진솔한 사과, 시스템 개선책 내놓을 듯
청와대 참모진 "일괄사표 이미 낸 것이나 다름없다"
'문고리 3인방'도 교체할 듯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국정개입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다시 하고, 청와대 핵심 참모진 교체와 내각 개편 등 3단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여론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씨에게 연설문 등이 사전 유출됐다는 증거가 지난 24일 언론에 보도되자 박 대통령은 이튿날 본인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476자 분량의 짧은 사과문도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당시 몇몇 참모들이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난 다음에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모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실망한 이유를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조만간 최씨 사태 전반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사과한 뒤 청와대 등 국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책과 정국 운영 방향 등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추가 사과가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줄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사과 수위와 내용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내주 초 참모진 개편도 단행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후임자 인선 등을 고려하면 다음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이원종 비서실장 주재회의에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의 일괄사퇴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튿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전면 인적쇄신을 요청받고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모든 수석은 박 대통령의 결심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한 수석비서관은 “수석들의 거취는 대통령 판단에 맡긴 상황”이라며 “보여주기식으로 일괄사표를 내지 않았더라도 이미 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석비서관과 정부 각료를 대폭 교체하면 심각한 국정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박 대통령은 선별 교체 카드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참모진에서는 최씨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거나 정국 운용에 부담이 되는 측근 참모 4~5명이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우선 이원종 비서실장이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일부 연설문과 같은 아이디를 쓰는 것으로 보도된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포함해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일명 ‘문고리 3인방’도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 홱? 수개월째 야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미르재단 모금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도 국정 운영 부담을 던다는 차원에서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 참모는 “예상보다 큰 폭의 쇄신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참모진 개편 뒤 황교안 국무총리 등 내각 일부를 교체해 인적쇄신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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