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보고자료 받았느냐엔 "말도 안된다"
청와대 문서 받은 '제3 인물' 있는지 의문만 남겨
김무성 "귀국해 사실 밝혀라…아니면 역적"
[ 유승호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사전에 받아 수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청와대 보고서를 받아봤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청와대 문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문서가 최씨에게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는 26일(현지시간) 독일 헤센주의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인가 그 전엔가 (박 대통령이)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며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최씨는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후에도 청와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또 연설문 등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그것을 쓸 줄도 모른다”고 했다.
최씨의 해명에도 의혹은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최씨의 해명은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지난 대선 때 연설문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으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의견을 물은 적은 있다”고 시인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최씨의 주장은 청와대 문서를 받아본 제3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최씨가 어떤 경로로 대통령 연설문 등을 받아 어떻게 보관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도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돈을) 유용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SK와 얘기가 다 됐으니 가서 사업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 최씨는 재단 설립 때부터 ‘회장님’으로 불리며 재단을 지휘하는 위치였다”고 밝히는 등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TV조선은 26일 최씨 측근 사무실에서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문서가 나왔고 최씨 사무실에선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주변 개발 계획을 담은 국토교통부 보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체육특기자 관련 문서를 받았을 당시 체육특기자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였고, 국토부 보고서에 담긴 부동산 개발 예정지 주변에 지난해까지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씨에 대해 “조그만 애국심이라도 있다면 빨리 귀국해 사실을 밝히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신경쇠약 등을 이유로 귀국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그러는 것은 역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이른 시일 내 귀국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