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품 가격만 올리는 건 자율화 취지와 안 맞아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해선 "소비자와 한 약속 지켜라"
[ 김일규 / 박신영 기자 ]
보험업계가 잇따라 보장성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보험료 책정에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올 들어 보험사들이 잇따라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13개 외국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간담회를 하고 “잇단 보험료 인상으로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율 경영이 아니다”며 “보험사 자율성 확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통해 보험사 상품개발과 관련한 사전신고 규제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보험료 결정에 대한 감독당국의 개입도 원칙적으로 금지해 보험사의 자율성을 확대했다.
보험업계는 이후 경쟁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2~3%씩 인상한 데 이어 저금리로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4월 보장성보험료를 5~10% 올렸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보장성보험료를 5~10% 다시 인상했다.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이 도미노처럼 퍼지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혁신적인 상품개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는 있지만 최근 현상은 기존 상품의 가격만 인상하는 것”이라며 “가격자율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은 또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이 신속·정확하게 지급되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보험 가입은 쉽지만 보험금 받기는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한 보험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 원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에 대비해 보험사들의 선제적인 자본 확충도 주문했다. 진 원장은 “IFRS4 2단계는 보험업 전반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해외 본사와 협의해 필요하면 자본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4 2단계는 보험사 부채평가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으로,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다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계약을 보유한 보험업계로선 큰 부담이다.
김일규/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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