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움직임, 외국인 매수 줄어…헤지펀드 결산 앞두고 차익실현 우려
vs 4분기 상장사 영업익 22% 증가 예상…신흥국 경기 회복세도 '지지대' 역할
"코스피 2000 이하 땐 분할 매수"
[ 윤정현 기자 ] 10월 초 206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으로 내려앉으면서 11월은 ‘인내가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지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신흥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환차손 우려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호실적으로 막아 수급에 대한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11월 주식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담되는 달러 강세
31일 코스피지수는 0.56% 내린 2008.19에 장을 마쳤다. 기관이 1311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88억원 순매수에 그쳤고 개인은 142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원가량을 사들인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점차 약해 側?있다. 지난 8월(1조3650억원)과 9월(1조1042억원) 각각 1조원 넘게 산 외국인 투자자의 10월 순매수 규모는 270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 달러 강세 움직임에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달러 인덱스는 3.18% 상승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올라가면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급등했던 달러 인덱스는 8월 94.13까지 떨어졌지만 12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10월 들어 가파르게 올라 98을 넘어섰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가 최근 9개월 내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1월에 글로벌 헤지펀드의 회계결산(북클로징) 시기가 몰려 있는 것도 외국인 수급과 관련한 악재로 꼽힌다. 환손실에 민감한 헤지펀드들이 결산을 앞두고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북미계 헤지펀드들이 11월에 수익을 확정짓는 과정에서 연간으로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세금 때문에라도 비중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방향성 결정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에도 반환점을 돈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4분기 성적에 대한 눈높이 조정은 긍정적인 변수로 평가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6조원으로 지난해 동기(33조원) 대비 9% 늘었다. 4분기에도 36조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28조원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라며 “4분기 실적 개선 전망은 코스피지수가 점진적으로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도 자산배분 차원의 매수세 유입과 중기적으로 지수 상승 여력이 높아질 수 있는 근거로 든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4년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는 중국 공급과잉 산업들의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코스피지수 2000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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