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키울 '하드 브렉시트'

입력 2016-10-31 17:36  

예상외로 미미한 브렉시트의 경제 타격
이민정책 등 부딪히면 불확실성 커질 것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4개월이 지났다. 한동안 조용하던 브렉시트 관련 논의는 지난 9월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년 3월까지 브렉시트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10월7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파운드화의 일시 폭락 사태는 앞으로 전개될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세계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브렉시트가 영국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 전반의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나 연구소들의 지배적 우려와 달리 지난 4개월 동안 영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해도 영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비는 거의 위축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은 예상을 밑돌았으며, 집값이나 임금 인상률 등도 예측한 것보다 좋았다. 실업률은 지난 11년간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고용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파운드 약세에 힘입어 수출 또한 증가했다.

여기에는 영국 중앙은행의 즉각적 금리 인하, 아직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는 점 등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수치가 보여주는 브렉시트의 부정적 경제 영향은 분명 예상 외로 미미하다. 이에 따라 많은 애널리스트도 향후 경제 전망을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UBS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1.3%에서 1.9%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엔 0.7%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여전히 이전의 예측치 0.5%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테스코 최대 공급사 중 하나인 유니레버의 가격 상승압력이 일부 상품의 판매 중지로 이어진 사례는 우려하던 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여러 주요 은행이 런던 사무소의 규모 축소를 발표하면서 런던의 유럽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 상실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파운드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많은 기업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임금 상승률은 예상보다 나았지만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직 브렉시트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도 영국 경제가 안정적일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다. 특히 메이 총리가 이민자 관련 정책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침으로써 브렉시트 협상은 쉽지 않은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이민 제한 정책을 고수하는 한 유럽 단일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까지 얻을 수는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일부 사람들은 이민자 감소로 인한 자국민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이 무역 장벽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폐쇄적 이민 정책?오히려 영국 경제에 해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택함으로써 무역 및 투자가 감소하고 동시에 폐쇄적 이민 정책으로 인한 이민자 감소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한다면, 영국 경제는 기존의 예측을 넘어선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 경제 침체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익을 얻으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위험이 곧 수익을 의미하진 않는다. 수익을 동반하지 않는 불확실성은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하드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 대가 없이 불확실성만 키우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철우 < 영국 더럼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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