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가동 내년 4월로 당겨져 '공사 속도전'…인근 땅값 4배 올라
총 15조 투자 축구장 400개 크기…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건설 박차
[ 노경목 기자 ] 31일 낮 12시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와 45번 국도를 잇는 4차선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나 산업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로가 꽉 막혀 대도시의 출퇴근 시간 같았다. 인근 주민들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부들의 차량”이라며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2시간 동안은 꼼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창립 47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평택에서는 이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지면적 289만㎡로 축구장 400개에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이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공장 가동이 4월로 앞당겨지면서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3D 낸드 반도체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우위를 5년 이상 보장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
보안도 잠시 내려놓은 속도전
“어디서 오셨어요? 여기 계시면 안돼요!”
기자를 목격한 현장 보안 담당자가 외쳤다. 공사 차량과 인파에 섞여 어느새 공장 가까이 다가간 기자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공사 현장으로 통하는 두 곳의 주요 통로를 통해 10분 동안 500대 이상의 차량이 드나들었다. 일일이 신분증을 체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현장 관계자는 “신분증 검사를 하게 되면 현장에 들어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통행량이 갑자기 늘며 차량 정체가 심해져 수상해 보이는 차량에 대해서만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발각’된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모두 삭제해야 했다.
비가 와 질퍽해진 진흙탕 위로 흰색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수십명씩 떼를 지어 드나들었다. 공사 현장이 워낙 크다 보니 골조, 내부 인테리어 등 수백 곳으로 나눠진 세부 작업마다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라서다. 여기에 건물 공사가 거의 끝난 수처리 시설 등에선 내부 설비공사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일대는 더욱 혼잡했다.
건설현장은 9월 초부터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인부들은 “10월 말까지 주요 공사를 완료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서 인력이 1.5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11월 중순 발대식을 열고 3D 낸드 생산을 위한 장비를 반입할 계획이다.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는 장비를 채워놓고도 수개월에 걸친 안정화가 필요하다. 공장이 빨리 지어지는 만큼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본격 가동 이후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초격차 전략’ 바통 이어
평택공장은 규모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세계 최고다. 내년 4월 공장이 가동되면 64단 3D 낸드를 생산한다. 메모리를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올려 집적하는 3D 낸드는 단수가 높을수록 큰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48단을 제대로 생산하는 경쟁자도 없다. 내년 착공하는 2공장은 아예 3D 낸드 전용 공장으로 지어진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3D 낸드 시장을 독식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도시바 마이크론 등 최소 5곳의 경쟁자가 추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발 앞선 투자로 후발주자와의 거리를 벌리는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2016년 가을 평택에서도 실현되고 있었다.
공장 가동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먼저 눈에 띄게 반응하는 곳은 인근 부동산시장이다. 공장 북측 출입구와 인접한 주거용 택지는 264㎡ 한 필지에 웃돈이 10억원까지 붙었다. 올 5월 공장 조성에 따른 이주자 보상을 위해 3억원에 분양한 땅이다.
평택=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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