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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은행권에 선거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노동조합 위원장 얘기입니다.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통합 KEB하나은행지부의 노조위원장으로 최근 김정한·이진용 위원장이 선출됐습니다. 총 투표자의 55.1%를 득표해 당선이 됐습니다.
이들은 옛 하나은행 임금 체계를 옛 외환은행 체계로 바꾸고, 직급 체계는 옛 하나은행 제도로 통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임금 인상률과 기본급 자동 인상률 등이 직원들에게 유리해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옛 하나·외환은행 노조 통합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앞으로 3년간 KEB하나은행 노조는 공동 위원장 체제로 운영됩니다.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대형 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다수의 예비 후보자들이 뛰고 있는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와 민영화가 진행 중인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도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집니다. 한국씨티은행, 제주은행, 광주은행 등 외국계와 지방은행 등도 연말 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고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은행권에 주요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각 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에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까지 맞물린 영향도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오는 12월 말께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릅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내년부터 금융노조를 이끌 새로운 수장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지난 9월에 이어 11월에 진행될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각 은행 노조들이 위원장 선거에 좀 더 주력할 수밖에 없어서죠.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노사간 합의를 통한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습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 노조가 굳이 성과연봉제에 합의할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차기 노조 집행부로 관련 이슈를 미루면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 성과연봉제는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 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 이사회 통과로 공공기관들이 내년부터 도입하려고 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들이 제기하는 본안 소송은 노조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통과시켜 내년 1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한 성과연봉제가 무효임을 구하는 무효 확인 소송입니다.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보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습니다. 이미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와 산업은행지부는 본안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본안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가처분 신청도 할 예정이고요.
판결에 수년씩 걸리는 본안 소송과 달리 가처분 신청 결과는 연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요.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단 법원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각 경우에 따른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모습인데요. 어떤 식으로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이슈가 전개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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